빅맥지수로도 “원화가치 저평가”…1월 기준 최대 -27.8%
‘빅맥 지수’를 기반으로 계산한 원화 가치 저평가 수준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의 빅맥지수는 4.11달러를 기록했다. 햄버거 브랜드 맥도날드가 판매 중인 빅맥의 단품 가격 5500원에 1달러당 1338.9원인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달러로 나타낸 수치다. 기준 국가인 미국 빅맥지수(5.69달러)보다 27.8% 낮다.
이를 두고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달러화보다 27.8% 저평가됐다고 해석했다. 동일한 상품은 어떤 시장에서든 가격이 같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에 기초를 둔 판단이다. 해당 법칙에 따르면 5500원(한국 빅맥 가격)과 5.69달러(미국 빅맥 가격)가 같은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이때 환율은 달러당 966.61원이다. 그러나 실제 환율은 1달러당 1338.9원이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27.8% 저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가 2000년 4월 빅맥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월 기준으로 올해 원화 가치가 가장 심하게 저평가된 것이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만 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15% 안팎 수준을 나타내다 2022년 -20%대를 돌파하더니 올해까지 꾸준히 심화했다.
다만 중국(-39.0%)이나 일본(-46.5%) 등 주변국보다는 덜한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수입 물가를 올려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준다. 일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국에선 가격보다는 기술력을 강점으로 삼는 수출 기업이 늘고 있어 고환율의 이점은 쪼그라드는 추세다.
원화 가치 저평가 현상이 심화하는 이유는 뭘까.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과 비교해 내수가 침체한 경제 구조의 불균형 ▶중국·일본 등 주변국 화폐 가치 하락 흐름에 동조화 경향 ▶미국이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나홀로’ 경제 호황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강달러 현상 등을 지목했다. 이달 1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지정학적 긴장도 원화 가치를 저평가하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물론 빅맥 지수만으로 원화 가치 저평가 현상을 판단하는 건 한계가 있다. 국가마다 점포 임대료, 직원 임금, 세금, 정부 규제 등이 달라 빅맥 지수의 이론적 뿌리인 일물일가 현상이 유지되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국제 지표에서도 원화 가치의 저평가 현상은 확인된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도 “원화 저평가”…한국은행 “과도해”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 2월 말 96.7(2020년=100)을 나타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다.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그 아래면 저평가인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한국의 저평가 정도는 중국(93.4), 일본(70.25) 등보다 덜하다.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방문 일정 중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원화 절하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고 말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288.0원에서 지난 19일 1382.2원으로 7.3% 올랐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1990년 이후 같은 기간 가장 큰 낙폭이다. 더욱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하락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를 보면 6개국 통화는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평균 4.8% 하락했는데,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률(7.3%)보다 2.5%포인트 낮았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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