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34년만에 최저…“심리 저항선 155엔 뚫리면 원화도 불안”

염지현 2024. 4. 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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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엔화값은 달러당 154.78엔에 거래됐다. . 연합뉴스

최근 엔화가치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55엔 코앞까지 밀려났다. 34년여 만에 가장 낮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엔화값은 달러당 154.78엔에 거래됐다. 전날엔 장중 달러당 154.85엔까지 급락했다. 엔화값이 달러당 154엔 후반대로 내려앉은 건 199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하락 속도도 빠르다. 연초(달러당 140.88엔) 이후 넉달여 만에 9.9% 수직 낙하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최근 엔화값이 추락한 데는 투자자가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탄탄한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피벗(통화정책 변화) 결정에 신중해지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당분간 벌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달러 강세에 따른 수퍼엔저는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엔화가 절하 압력을 받으면 원화도 동조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엔을 뚫으면 170엔까지도 밀릴 수 있다”며 “엔화값이 급격히 하락하면 ‘1달러=1400원’ 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달러당 0.9원 오른(환율은 하락) 137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은행(BOJ)의 고민도 깊다. 엔화값이 심리적 저항선(155엔)을 뚫고 급락하는 ‘수퍼엔저’ 현상이 이어지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는 상황과 관련해 “무시할 수 없이 큰 영향이 된다면 금융정책 변경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은 BOJ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당수 전문가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1달러=155엔’ 돌파를 막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높은 긴장감을 갖고 (환율을) 보고 있다”며 “각국 관계 당국과 긴밀히 의사소통하면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다.

한편, BOJ가 오는 25~26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행 정책금리(연 0~0.1%)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BOJ는 지난달 17년 만에 정책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2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시장에서도 올여름 이후에나 BOJ가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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