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90도 꺾이고 갑자기 쓰러져...일교차 큰 봄철 등반 사고 많다

안대훈 2024. 4. 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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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수우도에서 발목이 부러진 60대 여성을 소방당국이 구조하고 있다. 여성을 이송할 소방헬기가 날아오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산행 시작하는 봄철, 산악사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봄을 맞아 산악 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의 산악 사고가 야외 활동이 활발한 봄과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23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경남에서 산악사고로 인한 구조 건수는 2631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월(183건)부터 사고가 증가해 5월(321건), 6월(215건), 7월(200건)에 자주 발생했다. 무더운 8월(186건) 잠시 감소했다가 9월(316건), 10월(368건) 다시 급증했다. 5·6월과 9·10월 등 봄·가을 절정기에 발생한 산악사고만 1220건(46.3%)으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전국 상황도 유사하다. 4월부터 이런 사고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행정안전부가 펴낸 재난연감을 보면,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발생한 등산사고 2만4302건 중 2051건이 4월에 났다. 여름·가을철보다 사고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전 3월(1488건)보다 563건 더 늘어, 다른 달보다 전월 대비 증가 건수가 가장 많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봄에는 일교차가 큰 탓에 등산길이 이슬·서리로 미끄러워 사고 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13일 경남 산청군 지리산 로터리대피소에서 기력저하,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30대 남성을 소방당국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산행 중 발목 부러지고, 가슴 통증 생겨


실제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경남 통영의 수우도에서 남편과 함께 해골바위 등 비경(祕境)을 즐기며 등산하던 60대 여성이 산악사고를 당했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이 90도로 꺾였다. 신고를 받은 소방 산악구조대가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40분 가까이 걸렸다. “(부상자가) 산 아래까지 걸어 내려와 다시 배를 타고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부러진 발목을 응급 처치한 후 곧장 헬기로 이송했다”고 출동했던 구조대원은 전했다.

앞서 지난해 5월 13일 오후 경남 산청 지리산에서 등산 중이던 30대 남성이 갑자기 가슴 통증을 느꼈다. 기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끼니도 거르고 등반하다 몸에 무리가 왔다고 한다. 해발 약 1000m 지점에 있는 대피소에서 다시 걸어 내려갈 엄두도 못 냈다. 이 남성은 헬기를 타고 온 소방 산악구조대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소방, 사람 몰리는 ‘명산’ 현장 점검 나서


경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항공대 소속 김호균(41·소방위) 구조·구급대원은 “50대 이상의 혼자 등산하는 분들이 주로 사고를 당한다”라며 “홀로 등산하다 의식을 잃으면 제때 신고를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지인이 신고할 수 있게, 미리 ‘산에 간다’ ‘언제쯤 올 거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병 경남소방본부장(사진 오른쪽)이 23일 경남 산청군 중산리 지리산에서 봄철 산악사고에 대비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소방당국은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을 위주로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다. 경남에서는 최근 3년간 국내 3대 명산 중 하나인 산청·함양의 지리산(414건), ‘영남 알프스’로 꼽히는 양산의 천성산(107건)·영축산(101건) 등에서 사고가 잦았다.

김재병 경남소방본부장은 23일 지리산 중산리 일대를 찾아, 사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안전 시설물을 점검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산악구조대와 만나 “개인 역량과 출동 대비 태세를 강화해 산악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전문적인 구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을 당부했다.

산청·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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