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이재명 번호 저장했다, 언제든 전화해 국정 논의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휴대폰 번호를 저장해뒀다”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전화를 걸어 함께 국정을 논의할 생각”이라 말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9일 이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이후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다음 주에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며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가 감사의 뜻을 표하며 양측은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회동 날짜가 정해지진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회동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만남을 협치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피력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 내부 회의뿐 아니라 전날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소개할 때도 윤 대통령은 “여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정 전 국회부의장을 모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야당 대신 ‘국회와의 협력’이란 에두른 표현을 썼던 것과는 달랐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앞으로 야당 의원과 식사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유세 때 “민주당의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들과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합리적' 혹은 '양식있는'이라는 전제가 달렸지만, 유세 기간 반복했던 말이다. 당선 직후만 해도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특유의 식사 정치가 “야당 내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며 야당과 만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 때도 관례를 깨며 여당보다 야당 대표를 먼저 호명하는 등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여권과 민주당은 평행선을 달리다 여러 이슈가 겹치며 관계가 더 악화했다.
현재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거나 여당이 반발하는 양곡관리법과 민주유공자법 등 각종 법안을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며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력 없이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걸 윤 대통령도 알고 있다”며 “야당도 이런 노력에 호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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