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전도연의 ‘벚꽃동산’에 거는 기대 [D:현장]

박정선 2024. 4.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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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의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연극 ‘벚꽃동산’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전도연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도전이라면 도전이다. 오랫동안 배우를 하면서 해온 작품보다 앞으로 해야 할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두려움이 컸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정제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연극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자신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벚꽃동산’은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새 연극으로, 배우 전도연의 27년만의 연극 복귀 무대다. 그간 50편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한국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배우상(‘밀양’)을 수상한 전도연의 공연 출연은 창작가무극 ‘눈물의 여왕’(1998)이 마지막이었다. 전도연은 극중 여주인공 류바로 출연한다.

전도연은 “그간 온전히 나를 관객에게 드러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잘 거절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던 중 사이먼 스톤의 전작을 보게 됐다. 그때 피가 끓었다. 연출 과정을 생각할 겨를 없이 배우로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무언가 듣고 싶었던 평가가 있었다면 이 작품을 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분명히 실수도 할 테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이먼 스톤 연출의 생각은 달랐다. 사이먼 스톤은 “여주인공은 매우 어려운 역할이다. 관객들에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한다. 그런데 전도연은 나쁜 역할을 맡아도 매력적이고, 선한 역할 맡아도 그렇다. 이런 요소를 갖고 있어서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전도연은 전 세계 배우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다. 강렬한 모습 갖고 있지만 연약함도 있다. 연약함과 강함을 빠르게 스위칭할 수 있능 능력이 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도연의 상대역에는 ‘오징어게임’ ‘수리남’ 등 대중적인 작품은 물론 연극 ‘파우스트’ 등 연극계에서도 잔뼈가 굵은 박해수가 낙점됐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공연 등 내가 도전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이 작품의 로파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이먼 스톤 연출의 연습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했고, 전도연 선배님과의 작업도 꼭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더 특별한 건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동산’을 우리 이야기로 새롭게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2024년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모든 배우에게는 원작의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었다.

사이먼 스톤은 “20년 째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굉장한 팬이다. 체홉의 작품은 항상 무대에 올리기 어렵다. ‘벚꽃동산’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좋은 사회를 찾기도 어렵다. 과거와 전통, 혁신을 다뤄야 하는데 한국이 적합했다. 이 작품 안에 담긴 멜랑꼴리한 정서와 희망과 절망 두 가지를 아우르기에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 배우들은 전세계의 배우들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게 쉽지 않은데 한국 배우들은 엄청나게 비극적인 상황에 젖어있다가 웃음이 나오는 희극적인 상황으로 넘나드는 재능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오래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 배우들의 옆에 앉아 있어 영광이다. 내가 세계 최고 행운아 같다”라고 말했다.

고전 명작으로 기억되는 ‘벚꽃동산’이 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어떻게 재탄생할지 관심이다. 작품에는 전도연, 박해수를 비롯해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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