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싱크탱크는 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 안 했나

곽우신 2024. 4. 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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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자들, 여의도연구원 데이터 못 받아 판세 분석 어려움..."사기 고려, 요청 캠프에만 제공"

[곽우신 기자]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지 못해서, 우리는 우리 자체적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돌려서 알아봐야 했다." (국힘 수도권 출마자)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제공 여부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과정을 복기하며 당의 혁신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가운데, 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아 전략 설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공유한다"라고 했지만... "정확한 데이터 받지 못해"

여의도연구원의 자료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선거 기간에도 이미 제기됐다. 여론조사를 내부적으로 실시했음에도 일부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끼리만 공유하고 실제 각 후보 캠프에는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장동혁 당시 사무총장 등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판세 분석을 했음에도, 정작 전선에서 뛰는 선수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속출한 것.

이 때문에 지난 1일, 이건용 경기도당 사무부처장이 당 인트라넷에 "2007년 이후 총 13번의 전국 선거를 치르며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제공받지 못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직자가 언론 여론조사에 의지해 선거를 치르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냐"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양석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자체 판세 분석 브리핑을 하면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일부 공유한다, 그 정도"라고 답했다. "본인이 궁금해하는 상황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면서도 어떤 데이터를 어떤 범위에서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않았다. 

실제 지난 19일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도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자료를 받았더라면, 선거 전략을 종전과 다르게 수립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구에서는 각 언론사가 의뢰한 여론조사기관들의 산발적인 결과에 의존해야 했다. 여론의 초점이 모이는 격전지의 경우에는 참고할 자료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지역구에서는 볼 수 있는 자료 자체가 별로 없었다. 여론의 흐름과 판세의 추이를 따라가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에서 내세운 '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을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 수도권 낙선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지 못해서, 우리는 우리 자체적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돌려서 알아봐야 했다"라며 "자체 여론조사에서 굉장히 열세로 시작했다. 여의도연구원 역시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각 캠프에 주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후보들 입장에서 실망할 수 있다. 선거의 시작은 좌표"라며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판단하고 보수적으로 분석해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선거 전략도 짤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수도권 캠프 관계자는 "우리도 선거 기간 동안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는 정확한 데이터를 받지 못했다"라며 "세대별 분석이라든가, 동별 분석 같은 것들을 바탕으로 선거 캠페인이나 구호를 기획해야 하는데,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가지고 전략을 짜야 해서 상당히 힘들었다"라고 회고했다.

"그 분이 여의도연구원장을 했으니, 저 당이 이기겠느냐?"

이는 여의도연구원의 기능 약화와 맥이 닿는다. 과거에는 진영과 관계없이 여의도연구원의 여론 분석이 정확도에 있어 큰 신뢰를 받았으나, 언젠가부터 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

지난 15일, 여의도연구원장 출신인 박수영 국회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4년 전 당선자 총회를 떠올리며 "다른 발제자인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당명부터 당헌 당규, 그리고 지도체제까지, 한마디로 '마누라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발제를 했다"라며 "저는 달랐다. 당시 의석은 103석으로 많이 뒤졌지만, 득표율은 8.5%p밖에 차이 나지 않았고, 4.5%만 가져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전통적 보수는 총동원된 상황이라 중도에서 4.5%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싹 바꾸기보다는 의정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지금도 같은 심정이다. 참패는 했지만 4년 전보다 의석은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p로 줄었다"라고 강조했다. "뚜벅뚜벅 전략, 또는 가랑비 전략으로 3%p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 의정활동에 충실한 것이 정답"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박성민 대표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깜짝 놀랐다. 진짜"라며 "그 분 수도권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부산으로 간 분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표는 "수도권 나오지도 못하는 분인데, 수도권에 지금 두 번 연속 20명도 당선되지 못해 갖고 그러고 있는데. 그 얘기가 지금 맞는 얘기인가?"라며 "그 분이 여의도연구원장을 했으니 저 당이 이기겠느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새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인 홍영림 전 <조선일보> 기자를 임명했으나 결과적으로 빛이 바랜 셈이다.

'여의도연구소 정책기능 활성화' 요구도 나와
 
▲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연 윤상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현 의원 주최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당을 향한 성찰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낙선자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특히 인천 서구갑에서 출마했던 박상수 후보는 '여의도연구소의 정책기능 활성화'와 '3040 정책 전담 조직 신설'을 요청했다. 서울 마포을에 도전했던 함운경 후보는 "운동권 심판론, 이조심판론으로 치른 선거는 당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세미나를 주최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예견된 참패였고, 위기가 위기임을 모르는 것이 위기였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도권 감수성이 약한 지도부에게도 한계가 있는데, 영남을 모독한다는 말은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며 "영남당으로 고착화된 우리 당의 체질적 한계를 혁파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우리가 경계할 것은 대참패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토론회를 겁내는 공동묘지 같은 분위기"라며 "지금은 분노해야 할 시기이며, 혁신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임시대표단은 이날 당 원외 조직위원장 160명 일동 이름으로 지도부에 '당 혁신을 위한 요청문'을 전달했다고 알렸다.

한편, 장동혁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가 후보들과 잘 공유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그 당시 결과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각 후보들의 사기가 꺾이고,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선거를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라며 "실무진과 회의를 거치면서 이 자료를 전부 공유하는 게 맞을지 고민했고, 전체적인 공유에 대해서 보류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자료가 전략을 세우고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일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전체 선거 판세를 보았을 때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체적으로 공유를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개별적으로 요청을 하는 캠프에는 자료를 제공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후 경합 지역들 중심으로 격차를 좁혀가고 있었기 때문에, 박빙인 지역 위주로 여론조사를 계속 진행했고 중앙에서 지원 유세의 방향이나 전략을 짤 때 참고했다"라며 "이때 확보한 자료들은 캠프에 전달을 했다"라고 부연했다. 우세든 열세든 격차가 많이 나는 지역구는 여론조사를 애초에 추가적으로 진행하지 않았고, 상승세가 보이는 지역구들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공유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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