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U·예일대에 무슨 일이…'친팔 시위' 학생 연행 잇따라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시작된 22일(현지시간) 밤, 뉴욕 맨해튼의 뉴욕대학교(NYU)에는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결국 뉴욕경찰(NYPD)이 들이닥쳤다. 같은날 코네티컷주 예일대에서도 시위 중인 학생들의 손목을 뒤로 묶어 호송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확인됐다. 앞서 NYPD가 교내로 진입해 체포 논란이 일었던 컬럼비아대학은 이날 대면 수업 자체를 중단했다. 하버드대 또한 하버드야드의 정문이 굳게 닫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 내 갈등이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다며 각 캠퍼스별 현장 사진들을 모아 보도했다. 특히 유월절을 앞두고 지난주 NYPD가 100명 이상의 학생을 체포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컬럼비아대 시위를 강경 진입한 것이 오히려 대학가의 텐트 농성 시위를 확산시키는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유월절이 시작된 이날 오전 예일대학교에서도 약 50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최근 학내 광장 일대에 천막을 설치하고 예일대 이사회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무기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예일대에서는 일부 시위학생들의 체포 이후에도 다른 학생들이 시위를 이어갔다.
예일대 법대생인 키무라 치사토는 NYT에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캠퍼스 내에서 평화로운 시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 매우 소름 끼친다"며 "예일대의 대응은 경찰을 보내 학생 50명을 체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날 NYU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나선 학생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이 확인됐다. 온라인에 공개된 일부 영상에는 경찰이 학생들이 설치한 천막을 집어 던지고, 바닥에 눕힌 채 손목을 뒤로 묶어 진압하고, 차량에 강제로 호송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연행된 학생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대학교는 시위대에 텐트를 치우고 대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경찰에 해산을 요청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학내 시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학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경찰이 대학 캠퍼스로 진입해 시위 학생들을 체포·연행하면서 캠퍼스 내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NYT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학들이 가자지구 전쟁으로 찢긴 캠퍼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면서 "이번 체포로 인해 MIT, 미시간대, 스탠퍼드대 등 다른 캠퍼스에서도 시위 물결이 촉발됐다. 격렬한 시위는 일부 유대인 학생들이 반유대적 발언을 들었다고 말하면서 대학 경영진에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현재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에머슨대를 비롯한 보스턴 지역 대학과 UC버클리, 미시간대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대학가를 휩쓴 시위 물결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NYT는 "시위에 대응하는 관리자들을 위한 옵션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일부 캠퍼스에서는 이러한 시위가 학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거의 확실하다. 졸업식 역시 치열한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시위 천막들이 자리하고 있는 컬럼비아대 사우스필드 등은 다음달 졸업식이 진행되는 장소다.
아직 경찰 진압의 여파가 남아있는 컬럼비아대의 경우 유월절 첫날인 이날부터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증오를 가라앉히고 우리 모두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샤피크 총장의 조치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컬럼비아대 일부 교직원은 앞서 체포돼 정학 처분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한 파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교수들은 유대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유대인 학생들은 대학가 시위 확산 과정에서 실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컬럼비아대 유대인협회 랍비인 엘리 뷰클러는 이날 소속 유대인 학생 300여명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능한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권고했다. 컬럼비아대 캠퍼스 밖에는 친이스라엘 시위대도 몰리며 대치 국면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면서 "나는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인 희생을 야기한 이스라엘 정부·군을 비판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것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크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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