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트럼프 재선 땐 한·미 FTA 손 볼 것…안전한 국가 없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다시 손볼 수 있다는 미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미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ASG)의 에릭 알트바흐 파트너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대선 전망’ 세미나에서 “트럼프는 미국과의 양자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 계속해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관세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알트바흐 파트너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밀어붙인 한·미 FTA 재협상을 “승리”로 묘사해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과 무역을 다시 문제 삼는 게 약간 어색할 수 있겠지만 FTA 때문에 한국을 상대로 다른 무역 조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창의적이고 유연하다”면서 “한ㆍ미 간에 기존 합의가 있다는 사실이 트럼프가 그 창의력을 행사하는 것을 꼭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태우 외교부 한ㆍ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수석 대표로 하는 한·미 협상단은 23∼25일 미국 하와이에서 2026년 이후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 분담금 협상에 들어간다.
알트바흐 파트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관계 구축에 힘쓴 사례를 거론하며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이같은 사적 외교를 앞으로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과거 북ㆍ미 정상회담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책에서 다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ASG 선임고문은 “(트럼프 재집권시) 어느 나라도 자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GS의 모회사 격인 덴턴스 글로벌 어드바이저(DGA)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 파트너 존 러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영상 공유 앱 틱톡 금지 정책을 뒤집은 사례를 들어 “트럼프는 과거 행동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DGA 소속 파트너 샌더 루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상·하 양원 권력을 잡으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이 IRA에 명시된 청정에너지 투자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샌더 루리 파트너는 다만 반도체과학법과인프라법은 폐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공화당 전원이 반대한 IRA와는 달리 상원 통과 당시 의원 100명 중 60명이 넘게 찬성하는 등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지지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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