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조 1위 잡아낸 황선홍호, '최선축구' 통했다

이준목 2024. 4. 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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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일본에 1-0 승리

[이준목 기자]

 22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열린 2024 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민우가 헤더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선홍호가 '최선축구'로 아시안컵 정상탈환과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향한 1차 관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4월 22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3연승으로 승점 9를 확보,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2승으로 승점 6점을 확보하며 조별리그 통과는 일찌감치 확정한 상황. 두 팀이 득실차, 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룬 가운데 치르는 순위결정전이었다. 만일 90분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토너먼트도 아닌 조별리그에서 승부차기를 통해 승자를 확정하는 진풍경이 나올 뻔했다.

이미 조별리그 통과를 예약했음에도 최종전의 의미는 가볍지만은 않았다. 상대인 일본은 2년 전 같은 대회 8강전에서 황선홍호에게 굴욕의 0-3 완패를 안긴 숙적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경쟁자로 꼽히는 팀이었다.

최종전 결과로 조 1위를 차지하느냐 2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8강전 대진표에서 부담스러운 홈팀 카타르 혹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인도네시아를 만날 수도 있었다. 설상가상 한국은 주축 수비수들의 부상과 경고누적 공백으로 일본전에서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민스러운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의 최종 선택은 과감한 '로테이션'이었다. 앞서 2연승의 주역이었던 이영준, 강상윤, 엄지성 등이 놀랍게도 모두 선발에서 제외됐다. 대신 그동안 많은 시간을 뛰지 않은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또한 황 감독은 전술에서도 기존의 포백 대신 스리백을 가동하는 3-4-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정상빈, 홍시후, 홍윤상이 스리톱을 이뤘고, 허리는 최강민, 김동진이,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 장시영이 포진했다. 가장 고민이 많았을 중앙 수비는 조현택, 이강희, 이재원이 스리백을 이뤘고 골키퍼로는 백종범이 선발출전했다.

지난 중국과의 2차전과 비교하면 조현택을 제외하고 무려 10명이 바뀌었다. 한일전 결과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최소화하여 토너먼트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결과적으로 황 감독의 결단은 적중했다. 상대인 일본도 2차전 UAE와의 경기와 비교해 선발에서 7명이 바뀌는 로테이션을 단행하며 힘을 아꼈다. 한국은 이날 초반부터 자존심을 버리고 정면대결 대신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자연히 경기 주도권은 일본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까지 한국은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시도하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일본이 라인을 올리면서 한국이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 계속됐다.

하지만 한국은 끈끈한 수비와 투혼으로 일본에게 득점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용상 밀리면서도 끈질게 버텨내던 한국은 후반 29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단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꿨다.

조커로 투입된 김민우가 이태석의 코너킥을 절묘한 위치 선정에 이은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황선홍호의 유일한 유럽파인 김민우의 대회 첫 골, '이을용의 아들'로 유명한 이태석은 UAE-중국전에서 3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먼저 리드를 내주며 당황한 일본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추가시간이 9분이나 주어졌지만 한국은 골키퍼 백종범의 선방과 일본의 결정적 득점찬스가 골대를 때리고 튀어나오는 등 운까지 따라주면서 결국 1-0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고 값진 승리를 따냈다.

3연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한 한국은 26일 열린 8강전(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한국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상대하게 됐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은 안배하면서 최상의 결과까지 챙긴 만큼 선수들의 사기도 높아질 전망이다.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조별리그부터 일본, 중국, UAE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되는 최악의 대진운을 맞이했다.

여기에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퍼드), 배준호(스토크시티) 등 유럽파 핵심멤버들의 차출이 소속팀의 반대로 대거 불발되며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 데도 실패했다. 심지어 황선홍 감독은 아시안컵 준비에 올인해도 모자랄 시간에 지난 3월 A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되어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다.

사실 조별리그 3경기 내내 내용만 놓고보면 황선홍호가 보여준 경기력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UAE와의 1차전에서는 골결정력 난조로 고전하다가 후반 추가시간에야 터진 이영준의 극장골로 겨우 신승했고, 중국과의 2차전에서는 수비불안으로 전반까지 한 수 아래로 꼽힌 중국에 무수한 실점찬스를 내주며 끌려가다가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쇼와 이영준의 멀티골로 겨우 기사회생했다.

마지막 일본전 역시 로테이션을 가동한 것을 감안해도 내용상 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력이었다. 부정확한 측면 크로스에 주로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패턴, 불안한 중앙수비 등은 과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드리운다. 불과 1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전승 우승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선홍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3연승과 조 1위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저력 역시 강팀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또한 한국은 그동안 연령별 대회에서 A대표팀까지 줄줄이 일본에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지난 아시안게임 결승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황선홍 감독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실리적인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비록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최선의 축구'를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황선홍호는 충분히 박수받아야 한다.

아시아 정상과 파리올림픽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정말 지면 바로 탈락하는 단판승부 토너먼트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부담과 위기를 잘 극복해내고 있는 황선홍 감독과 태극전사들에게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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