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호 사장 "WGBI 편입 적극 지원…국채통합계좌 6월에 가동"

김민영 2024. 4.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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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에서 기관장으로, 지난 1년 성과 빛났다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 홈페이지 구축
대체거래소 출범·운영 적극적 지원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한국금융연구원에서 17년 동안 연구 활동을 해온 '학자'다. 2021년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디지털 금융에 대해 향후 은행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던 그가 이제는 예탁결제원에서 조종키를 쥐고 차세대 시스템 개발 등 디지털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16일 서울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WGBI 편입 기여…개인투자용 국채 전용 홈페이지도 구축

"국채통합계좌 개통으로 세계채권지수(WGBI) 편입에 기여하겠다."

이순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1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시장 접근성이 개선돼 국채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확대 등을 위해 WGBI 가입을 국정과제로 지정했다. WGBI는 24개 주요 선진국 국채들이 편입된 세계 최대 채권지수다. 지수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 달러~3조 달러로 추정된다.

이순호 사장은 지난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을 구축·운영 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이때 맺은 계약 덕분에 외국인은 국내에 개별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ICSD 계좌를 통해 보다 편리하게 한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자본과 채권 이동이 좀 더 수월해진 셈이다.

그는 국채통합계좌 시스템 구축을 고속도로 개통에 비유했다. 이순호 사장은 "고속도로를 닦았다고 당장 수많은 차들이 이 고속도로 위를 쌩쌩 달린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고속도로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며 "투자 환경 변화에 따라 외국 자본이 한국으로 얼마나 유입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화되면 국채통합계좌가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6월 말 오픈을 위한 시스템 개발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순호 사장은 "ICSD 등 국내외 참가 기관과 철저한 연계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 높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는 국채의 국내 거래만 가능하나 향후 ICSD를 통해 역외시장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므로 국채의 담보 활용도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외화가 국내에 대규모로 유입되니 환율 안정성과 국내 시장 금리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외화가 국내 시장에 유입되니 외환시장 안정화로 환율 변동성을 줄여주고,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국채 조달금리도 내려가 시장금리도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탁결제원은 올 하반기에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장기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만기까지 보유했을 경우,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저축성 상품이다. 개인투자용 국채 단독 판매 대행 기관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됐다. 연 구매 한도는 1억원으로 올해 약 1조원 규모가 발행된다.

이순호 사장은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 홈페이지 구축은 투자자 정보 공유 외에도 국채 투자에 대한 홍보 효과를 가져오고 장기자산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내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를 위한 개인투자용 국채의 정보 공유 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큰증권 관련 사업 지속적으로 추진…ATS 출범 지원 사업도

토큰증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추진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재 토큰증권 법제화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4.10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법안 통과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에 대해 이순호 사장은 "양당 공약에 토큰증권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국회 입법 논의 상황을 보아가며 제도시행 시 전자등록 기관의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제도의 시장안착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예탁결제원과 계좌관리기관의 자체 시스템과 분산원장간 원활한 업무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토큰증권에 대한 예탁결제원의 업무 범위와 운영 방법은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대체거래소(ATS)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한 지원 사업도 예탁결제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예탁결제원은 2022년 11월 넥스트레이드가 설립될 당시 30억원(지분2.05%)을 출자했다.

이순호 사장은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의 결제기관으로서 ATS 시장 매매분에 대한 증권과 대금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향후, 매매제도, 청산결제방식 등에 관한 넥스트레이드의 ATS 운영 방안이 확정되면 한국거래소 등과 협력해 차질 없이 결제업무 수용방안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ATS 운영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예정돼 있는데 향후 운영시간이 조정될 경우, 그에 맞춰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순호 예탁결제원 사장.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창립 50돌 맞이한 예탁결제원…키워드로 '신뢰·혁신' 강조

한국 자본시장과 함께 호흡해온 예탁결제원은 올해 창립 50돌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은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국제세미나와 창립기념일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순호 사장은 올해 예탁결제원의 역할과 방향성을 의미하는 키워드로 '신뢰'와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빅블러 현상으로 인한 산업 간 경계 파괴, 핀테크·빅테크 등 새로운 플레이어의 금융산업 진출 등으로 금융산업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금융시장과 기술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소임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전산시스템이다. 이순호 사장은 "전산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시장 변화에 약간 뒤처지는 느낌이 있다"며 "전산시스템을 개선하면 시장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개인투자자 규모 1400만명. 국민 4명 중 1명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셈인데 6000조원이 넘는 국민자산을 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의 존재나 역할을 모르는 이가 대다수다. 이순호 사장은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예탁결제원을 묵묵히 이끌고 있다. 그는 취임 후 ICSD 연계 외국인 국채통합계좌 서비스, 개인투자용 국채 사무처리기관 업무 시작, 전자주주 총회 관리기관 업무 등의 과제를 도장 깨기 하듯 추진하며 지난 일 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연구자에서 기관장으로 살아온 지난 1년의 소회에 대해 그는 "학술연구가 아닌 정책연구는 정합성에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정책연구가 정합성에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지점에 머물러 있다면 기관장은 주어진 과제를 검토에서 실행단계로 끌어올려 이해관계자 간 조정을 거쳐야 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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