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식 (17) “더 일할 수 있어요” 기도… 현대중공업으로 보내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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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장을 끝으로 2014년 말 현대건설을 퇴임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기도제목이 생겼다.
아직 일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열정이 있었기에 좀 더 일할 수 있음을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하나님 의지대로 나를 사용해 주실 것을 간구했다.
이렇게 현대건설 퇴임 후 6개월간 새벽기도를 끝으로 나는 2015년 6월 울산으로 내려가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에서 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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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새벽이면 일어나져
아내 조언으로 새벽기도 드려
6개월 기도 끝 현대중공업 채용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장을 끝으로 2014년 말 현대건설을 퇴임했다. 57세였다. 이른 나이는 아니었지만 임원 인사가 그렇듯 갑작스러운 통보에 하루아침에 비상근 자문이 됐다. 2015년 1월 1일부터 일과가 백지상태가 됐다. 22개 해외지사에서 보고한 내용을 검토하고 관련 부서와 협의, 본부 내 3개 부서 보고를 받는 것도 모자라 사내외 일정, 해외 출장 등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갑자기 종일 전화 한 통 없는 날이 왔다. 과거 통금이 있던 시절 밤거리같이 조용하고 먹먹한 일상이었다.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그러나 할 게 없었다. 옆에서 자는 아내를 깨울 수도 없었다. 잠을 다시 청해도 잘 수 없었다. 거실에 나가 아무 생각 없이 TV를 봤다. 소리에 깬 아내가 “새벽기도를 다녀 보세요”며 툭 한마디 던졌다. 그러면서 “쿠웨이트, 카타르에서는 내가 다녔으니 이젠 당신 차례예요”라고 부연했다. 나는 “내가 무슨 새벽기도에 가냐”고 중얼거렸다. TV를 켜고 멍하게 있느니 새벽기도에 가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장충체육관 건너편에 있는 장충교회에 가기로 했다. 평소 주일예배를 드리던 곳이었다. 아내가 일주일 동안 동행했다. 이후 아내 없이 혼자 갔다. 겨울철이라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모자도 푹 눌러쓰고 가니 부담이 덜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다닌 새벽기도는 한 달이 쌓여 다섯 달을 채웠다. 주일예배에 가면 쏟아지던 졸음이 신기하게 사라졌다. 되레 조용한 설교 말씀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하루하루 설교가 기다려졌다. 새벽기도를 시작한 이후 5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새벽기도를 시작한 것은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자기 위로 차원이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기도제목이 생겼다. 아직 일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열정이 있었기에 좀 더 일할 수 있음을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하나님 의지대로 나를 사용해 주실 것을 간구했다.
새벽기도를 다닌 지 5개월이 지난 무렵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연락이 왔다. 해외사업을 위한 해외 영업 전문가를 물색하던 차에 나를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면담 끝에 출근 날짜를 협의하던 중 영입을 보류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멍하니 오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날 오후 현대중공업 플랜트 사업본부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발주처 대외 업무와 영업을 담당할 임원으로 나를 채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 된 줄 알았던 채용에 대한 보류 통보가 오전에 있었는데 그날 오후 현대중공업에서 채용 연락을 받은 것은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두 곳의 연락 순서가 바뀌었다면 ‘갈 곳이 정해져 못 간다’고 답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현대건설 퇴임 후 6개월간 새벽기도를 끝으로 나는 2015년 6월 울산으로 내려가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에서 일하게 됐다. 현대중공업 근무는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대표이사 사장을 끝으로 7년 5개월간 이어졌다. 40년 1개월간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의 대기업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정리=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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