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슬기로운 고환율 대처법

2024. 4. 2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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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기준 작년 말보다 7.3% 상승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 상승이 대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 경제의 물가상승률 차이 등 기초체력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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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기준 작년 말보다 7.3%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과 2009년의 동기간 상승 폭인 6.9%와 5.8%를 웃도는 것이다. 이렇게 환율이 상승하는 건 전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현상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까지 추가됐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시장 전망치를 초과해 전월 대비 0.7%나 증가했고,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이는 고금리가 지속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와 노동 수요가 탄탄해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올해 2분기에서 하반기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수익률이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리라 예상되는 미 채권시장으로 국제 투자자금 유입을 촉진해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고환율 지속은 무엇보다 물가에 부담이 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유 같은 수입 원자재와 수입 상품의 원화 표시 가격을 상승시킨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을 올리고, 이는 수입 상품 가격 인상과 함께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킨다. 이로 인해 고금리가 더 오래 지속한다면 내수 침체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 상승이 대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 미국 시장에서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상품보다 더 향상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상품 수출 구조가 가장 유사해 수출 경합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환율로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는 작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물가의 조기 안정이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 경제의 물가상승률 차이 등 기초체력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한국이 3.1%, 미국이 3.5%였다. 이는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박자를 맞춰 재정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1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하는 잘못된 처방이다.

이와 동시에 한은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원화와 달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방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환율이 급격히 변동하는 경우 한은이 달러화나 원화를 적절히 공급해 환율 변동 폭을 줄여야 한다. 환율이 급변할 때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한 방향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고, 이런 외환시장 불안이 외국통화의 대차거래가 이뤄지는 외화자금시장으로 전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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