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우' 치우치던 부동산 정책, 여소야대가 '중도' 찾을 기회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4. 4. 2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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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전망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거대 야당이 정부 정책을 쉽게 편들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상당한 규제 완화를 이뤄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중지시키고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도 해냈다. 재산세를 낮추고 대출 규제도 많이 풀었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재건축 사업의 주된 부담인 재건축부담금도 대폭 줄였다. 1기 신도시 등 낡은 도심이 계획적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특별법(노후계획도시정비법)을 만들었다.

「 취득세 완화 등 밀린 완화 법안에
추가 추진해야 할 법률 개정 많아
여소야대로 국회 통과 쉽지 않아
타협으로 만든 정책이 오래 가

이번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회가 계속될 것으로 확정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이들 성과의 상당 부분은 국회를 거칠 필요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가능했다. 규제 완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서두르기 위해 정부가 여소야대의 국회를 우회하는 전략을 구사한 측면도 있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자칫 하세월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남은 규제 완화 대부분 법률 고쳐야

윤 정부 전반기 규제 완화가 정부 손에 의지했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국회의 시간이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정책 상당수가 국회에 발목 잡혀 있거나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중장기 규제 완화 공약도 국회의 법률 개정 사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다 수렁에 빠져버린 게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 완화다. 정부는 2022년 12월 21일 다주택자 중과 세율을 낮추겠다며 “내년 2월로 예상되는 국회 입법에 앞서 중과 완화를 발표한 12월 2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국회 통과를 하지 못하다 다음 달 말 끝나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운명이다. 정부는 이미 소급 적용을 발표했기 때문에 어쨌든 다음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주택자 중과 완화와 함께 다음 국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윤 대통령이 공약한 1주택자 완화다.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1주택자와 생애 최초 취득세를 낮추겠다고 했다. 생애 최초 완화는 정부가 2022년 6월 발표하며 이날부터 소급 적용키로 했고 9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주택자 취득세 완화는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는 정부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으로 많이 낮춰졌다. 12억원(공시가격 8억3000만원) 주택의 취득세가 4000만원 그대로인데 재산세는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내려 거래세와 보유세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김종필 세무사는 “보유세는 어느 정도 완화됐기 때문에 정부가 이제는 거래세 완화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야당 '금과옥조' 얼마나 양보할까

내년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연장하기로 한 한시적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중지도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더는 이어가기 힘들다. 다주택자 중과라는 법률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완화와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정책과 충돌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안전진단은 과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됐는데 현 여당(당시 야당)도 찬성표를 던졌다.

정부는 2020년 문 정부 때 현 야당(당시 여당) 일방으로 개정한 주택임대차 제도를 손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종부세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금과옥조로 여길만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야당의 정치적 힘이 더욱 세진 국회를 마주하게 됐다. 돌파구가 없을까.

정부가 계획한 대로만 밀어붙여서는 규제 완화를 해낼 수 없다. 이참에 부동산 정책 목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했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정량적인 규제 완화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공약에서 밝힌 방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상화’와 ‘국민의 눈높이’다. 부동산 공약의 주제어가 ‘정상화’였다. 취임 직전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부동산 정책의 원칙으로 ‘국민의 눈높이’가 강조됐다. 정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부동산 시장과 제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책은 여대야소에서나 가능했지 여소야대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야의 다름을 전제로 한 소통과 타협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의 4~5년 임기를 넘어 멀리 보더라도 여야가 합의한 정책이 오래 가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안정성 모두에 이롭다. 야당 때 동의한 정책을 여당이 됐다고, 혹은 그 반대로 됐다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번복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1억 계획했다가 절반만 벌어도 이득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 혼란의 이유 중 하나로 정(행정부)과 당(국회)이 하나로 움직인 여대야소를 꼽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야당을 배제하고 여대야소의 입법권을 휘두르는 바람에 종부세·양도세·분양가상한제·재건축부담금 등 주요 부동산 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탔고 급격한 ‘좌회전’과 ‘우회전’을 반복했다.

박경민 기자

오히려 여소야대가 오래 가는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데 더 나은 여건이 될 수 있다. 여소야대가 된 마당에 갈등과 파국을 낳기보다 소통과 통합의 정책을 만드는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지난 2년간 여소야대에서 봤던 소통의 싹을 키우면 된다.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 완화, 재건축부담금 완화 등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여야 의원 모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정부가 당초 발표한 규제 완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이는 ‘후퇴’가 아니라 ‘전진’이다. 1억원 벌 계획으로 장사를 시작해 5000만원만 벌었다면 5000만원 손해를 본 건가, 5000만원 이득을 본 건가.

여소야대 국회에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부동산 정책을 기대해본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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