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저축에서 투자로’ 일본의 변화
『1시간에 마스터하는 신(新)NISA 교과서』, 『신NISA 완전공략: 월 5만엔으로 시작해 1억엔 만드는 법』….
얼마 전 도쿄(東京) 긴자의 한 서점을 찾았다가 신기한 광경을 봤다. 매장 한가운데 ‘신NISA’와 관련한 책이 수백 권 쌓여 있고, 많은 이들이 집중해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NISA란 ‘Nippon Individual Saving Account’의 준말로 정부가 소액 주식투자자에 제공하는 비과세제도를 말한다. 서점 풍경이 말해주듯, 요즘 일본 금융 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이 바로 신NISA다.
2014년 시작된 제도가 올해 유독 관심을 모으게 된 건, 정부의 과감한 개혁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022년 11월 발표한 ‘자산소득 배증 플랜’에서 국민의 노후 자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투자 촉진 프로그램 NISA의 개편을 결정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신NISA는 연간 납입 한도가 기존 120만 엔에서 360만 엔으로, 총납입액은 최대 800만 엔에서 1800만 엔으로 크게 늘었다. 비과세 기간은 최장 20년에서 무기한으로 바뀌었다. 투자 대상도 일본 기업 주식과 ETF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주식까지 모두 가능하다.
뭐든 더디게 움직이는 일본이지만 이번에는 결단도, 반응도 빨랐다. 지난해 말 기준 NISA 계좌수는 총 2263만 개였는데 올해 1~3월 사이에만 170만 개의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다. 전년 동기 계좌개설 건수의 3배다. 특히 젊은 층, 여성들의 가입이 늘었다. 자금 유입액도 4조7000억 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약 3배다. NISA로 투자하는 대상은 미국 주식 등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많지만, 올해 들어서는 신규 투자금의 약 절반 정도가 일본 주식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NISA는 일본 사회 분위기까지 바꾸고 있다. 이번에 처음 신NISA 계좌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30대 회사원 친구는 “계좌에 찍히는 돈이 늘어나는 걸 보니 일본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농반진반으로 “NISA 개편은 기시다 총리의 최대 업적 같다”고도 했다. 지난달 만난 이와나가 모리유키(岩永守幸)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은 “일본 주식시장 활황이 계속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일본인은 이제야 막 저축에서 투자로 돌아섰다. 변화는 큰 물결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개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만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의 경우, 비과세 한도 등 여러 측면에서 아직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NISA의 성공 사례를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영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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