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AI 전투기 조종사가 온다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국(DARPA)은 최근 AI가 조종하도록 개조된 F-16 전투기가 인간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벌이는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로 전투용 드론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지만, 도그파이트(dogfight)라 불리는 공중전은 아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 항공기가 아닌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대결에서는 AI가 인간 조종사를 이긴다는 결과가 이미 2020년에 나왔다. 이번 테스트는 물리적인 비행에서도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고, 개조한 AI 전투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인간 조종사 두 명이 탑승해있었지만, 실제 조종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과 AI 조종사 중 어느 쪽이 공중전에서 승리했는지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다음 단계는 아예 인간을 태우지 않는 AI 전용 전투기의 개발이고, 이는 이미 진행 중이다. 전투기를 인간이 조종할 경우 엄청난 중력 가속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탑승한 인간이 가진 물리적 한계가 전투기 성능 발휘의 한계점이 된다. 따라서 AI 조종사는 그런 제한 없이 전투기의 성능을 마음껏 사용하게 해준다.
게다가 군의 관점에서는 전투기 조종사가 부담스러운 이유가 더 있다. 미군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전투기들은 중요한 전쟁 억지력으로 존재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실제 전투에 투입되는 일이 거의 없다. 일단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만약 이들이 실제 전투에서 격추될 경우 구출하는 작전에도 큰 비용과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은 앞으로 인간 조종사가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대신, 이들에게 여러 대의 드론 전투기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기는 쪽으로 전환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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