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의 행복한 북카페] 가면 속의 질식, 가면 밖의 해방
내가 자폐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의 사례 모음집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를 접한 이후부터다. 동물학자이자 공학자인 그랜딘은 자폐증 환자가 자기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날려버렸다.
이후 자폐증의 역사를 다룬 『뉴로트라이브』(스티브 실버만)를 읽으면서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에 눈을 떴다. 용어란 얼마나 중요한가. ‘정상’과 ‘자폐증’ 대신 ‘신경전형성’과 ‘신경다양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저자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컴퓨터가 고장난 것은 아니듯 인간의 운영체제 역시 흔치 않다고 해서 버그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가면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을 가시화한다. 저자는 자폐증 진단이 ‘백인, 남자, 부유층’에 몰려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여성, 퀴어, 유색인종은 같은 증상을 보여도 무심히 넘기거나 과격한 오진으로, 말하자면 미치거나 모자란다는 식으로 반응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존재가 된다. 여기에 ‘무증상’ 자폐증, 문제행동을 덜 일으키고 스스로를 억압해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살아온 이들은 ‘가면 자폐인’으로 살아가며 평생 자기 부정 속에 소외된다. 이 책은 가면 자폐인 당사자가 쓴 책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 데번 프라이스는 성인이 되어 자신이 자폐증인 것을 깨달았다. “평생 들어맞지 않은 파편의 무더기로 살아온 끝에 이제야 내가 보는 나의 모습과 경험의 명칭이 들어맞는 듯 했다”는 저자는 비슷한 궤적을 밟은 사람들이 소외의 반대말, 통합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와 같이 평범한 독자에게도 용기와 울림이 전해진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결함처럼 여기는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 자신을 억압함으로서 적응하려던 경험이 비단 자폐인만의 것인가. 이 책을 ‘신경전형성 사회’가 펼쳐보아야 하는 이유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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