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사모펀드가 보유 기업을 상장폐지하는 이유

2024. 4. 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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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락앤락의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됐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지분 약 30% 전량의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다. 최근 사모펀드들이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 진행됐던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이 대표적이다.

사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를 다소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해왔다. 이를 ‘상장 지분에 대한 사모 투자’로 번역할 수 있는 ‘PIPE’(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라고 별도로 분류해 부를 정도다. 비상장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재매각이나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투자 형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마켓 나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연금기금이나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직접 주식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상장 주식을 굳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수수료까지 지급하며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것은, 기업 가치를 높여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상장 기업의 발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모펀드 운용사가 상장회사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해당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여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의 경우, 회사의 경영진을 보강하고 다양한 전략을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장 회사에 투자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주가가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혹은 과민하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상황처럼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주식시장 전반에 큰 변동성이 발생하는 경우, 사모펀드들의 입장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할 때 부채를 끌어다 쓴 경우라면, 주가가 예상을 넘는 수준으로 하락하여 담보가치가 훼손되면서 기한이익상실, 이른바 ‘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사모펀드들의 상장사 인수 및 인수 이후 상장폐지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평가된 상장사들이 많고, 상장폐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의 변동에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비상장 회사에 역량 있는 경영진 후보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장점도 명확하다.

사모펀드들의 이러한 투자가 자본시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PIPE와 상장폐지 그리고 재상장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사모펀드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미국 등 선진 자본 시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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