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만 취업자 수가 인구 감소 폭 보다 더 감소…왜?
한때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취업자 수를 기록했던 40대가 이제는 고용시장의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40대는 10년 전과 비교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인구 감소율보다 취업자 수 감소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도·소매업 등 40대가 주로 종사하는 산업군의 부진과 더불어 경력단절여성 증가, 고학력자 비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다.
22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연도별 취업자 수 증감률(전년 대비)을 분석한 결과 40대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엔데믹 영향이 컸던 2022년에만 소폭(전년 대비 0.05%, 3000명) 상승하며 반짝 마이너스 상황을 탈출했다. 40대와 유사하게 장기간 취업자 수가 감소했던 30대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증가세다.
취업 시장에서의 위상도 바뀌었다. 2005~2019년까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취업자 수를 기록해오던 40대는 2020년부터 1위 자리를 50대에게 내줬다. 지난해엔 60세 이상 취업자 수(622만3000명)가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서면서 40대 취업자(626만명)를 위협해오고 있다. 한 마디로 고용시장에서 40대 파워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40대, 인구 감소율보다 취업자 감소율↑
우선 저출산 고령화 영향에 따른 인구 감소 영향이 있다. 실제 50대 취업자가 40대를 앞지를 수 있었던 건 2018년부터 50대 인구가 40대를 추월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지점이 있다. 40대의 경우 지난 10년간(2014년~2023년) 취업자 감소율(9.2%)이 인구 감소율(8.7%)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 중 인구 감소율(13.4%)이 가장 높았던 30대의 경우 취업자 수가 7.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제조업 일자리↓·경단녀↑·고학력 삼중고
전문가들은 해당 연령층이 주로 종사하는 산업군의 경기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 과장은 “40대는 제조업이나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데 그간 해당 산업군의 경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新고용취약계층 40대의 고용 흐름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과 비교해 4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15만4000명 감소했다. 단순 비교하면 10년간 줄어든 40대 취업자 수(약 64만명)의 약 4분의 1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40대는 생애 주기로 봤을 때 소득이 제일 높고, 생산 활동도 가장 활발한 시기였는데 이제 고용시장에서 옛날보다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대에서처럼 여성의 약진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2022년부터 30대 취업자 수가 증가 추세로 반전된 건 여성 취업자가 견인한 영향이었다. 남성 취업자가 2년 내리 감소할 때 여성은 2022년 6만2000명(전년 대비), 2023년 9만2000명 늘었다. 비혼·만혼 등으로 출산·육아 시기가 늦어지면서 고용시장에 남아있는 30대가 늘어난 까닭이다.
하지만 40대 여성은 같은 기간 6000명, 1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육아 부담이 기존 30대에서 40대로 옮겨가면서 2022년부터 40대 경단녀가 반등하는 추세다. 40대 여성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평균 은퇴 연령이 49.3세로 앞당겨진 가운데 고학력 비중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0대 인구 중 대졸(전문학사) 이상 비중은 63.5%로 2014년에 비해 18.6%포인트 늘었다. 임경은 과장은 “40대는 아직 젊은 데다가 요즘엔 학력도 높아 실업 기간을 겪으면서도 유사 전공을 살리거나 경력을 살려서 가기를 원한다. 기존 자신의 위치를 포기하는 50·60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경총은 앞선 보고서에서 40대가 지닌 생산력을 고려하면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에 재진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론 유연한 노동시장을 언급했다. 기간제 허용기간 연장, 유연근무제 도입 등 다양한 유형의 근무 방식을 도입해 40대 비경제활동인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승진을 더 빨리할 경우 대부분 자연스레 은퇴하게 되는데 능력에 따라 연봉을 준다면 중장년층도 좀 더 오랜 시간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하준경 교수는 “지금은 괜찮은 일자리가 너무 한정돼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등을 키워 괜찮은 일자리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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