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민희진 갈등 배경엔 '뉴진스와 아일릿'…"경영권 탈취 모의"VS"사실무근"

황지영 2024. 4. 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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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가요기획사 하이브가 그룹 뉴진스가 속한 레이블 어도어와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 하이브
하이브 레이블인 어도어는 S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이자 HYBE CBO를 역임했던 민희진이 만들었다. 사진 어도어 로고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인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갈등 중이다. 어도어엔 K팝 간판 걸그룹인 뉴진스가 속해 있다.

하이브는 22일 어도어가 올해 초부터 경영권 탈취 계획을 세웠다고 보고 감사에 들어갔다.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부대표 L씨 등에 보낸 감사 질의서에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내용, 사업상 비밀유출, 인사청탁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내용이 담겼다.


하이브 감사권 발동 배경은


하이브는 2005년 방시혁이 설립한 빅히트에서 출발해, 2024년 9조 이상의 시총 회사로 성장했다. 사진 연합뉴스
하이브는 어도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에게 매각 구조를 검토받는 등 부적절한 외부 컨설팅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현 어도어 경영진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매각토록 한다’는 것이 어도어가 세운 경영권 확보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이번 사태의 키맨으로 최근 하이브에서 어도어로 이직한 부대표 L씨를 지목했다. L씨가 하이브 재직 시절 하이브의 재무 정보와 계약 정보 등 핵심 영업비밀을 확보하고 이를 경영권 확보 계획 수립에 이용했을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아티스트 건강상황 등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외부인의 인사청탁을 받아 직원을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제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사내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여론 형성 작업 등 기타 의혹들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또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뉴진스 론칭은 프로듀서 데뷔작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했다"고 말했다.

갈등 원인은 “뉴진스 카피한 아일릿 때문”

반면 민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카피했다’는 어도어의 문제 제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만든 걸그룹으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데뷔 앨범 프로듀서로 나섰다. 이지리스닝 음악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그려내,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데뷔곡 ‘마그네틱’은 발매 후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민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일릿과 관련해 내부에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이후 하이브 측이 '어도어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배포했는데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아일릿의 수록곡 '마이 월드'는 뉴진스의 '어텐션'과 비슷한 안무로 화제가 됐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Mnet, 유튜브 스튜디오춤)


입장문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하이브 내부에서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를 침해당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하여 새로움을 보여주기는 커녕 진부함을 양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대표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하이브와 빌리프랩, 그리고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대표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도어는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여러 부당한 행위를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뉴진스로 지난해 1000억 매출


어도어는 2021년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레이블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 1102억 원, 영업이익 335억 원, 당기 순이익 26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 소녀시대·샤이니·엑소 등의 브랜딩을 총괄했던 민 대표는 2019년 하이브로 자리를 옮긴 뒤 어도어를 설립했다. 지난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현재 어도어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다.

어도어는 K팝 팬들 사이에서 가장 트렌디한 콘셉트를 제시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2년 데뷔한 뉴진스는 가요계 ‘Y2K’ ‘이지리스닝’ 감성을 이끌었고, ‘어텐션’·‘하입보이’·‘슈퍼샤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로로 민희진 대표는 서울시 문화상, 골든디스크 제작자상, 2023 빌보드 위민 인 뮤직 등을 수상했다.

'어텐션' 뮤직 비디오 촬영이 진행된 스페인의 한 해변에서 뉴진스 멤버와 민희진 대표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해린, 민지, 혜인, 하니, 다니엘, 민 대표. 사진 민희진 제공


다섯 멤버 개인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상당하다. 민지는 2023년부터 샤넬의 하우스 앰버서더로, 하니는 구찌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다니엘은 셀린느, 해린은 디올, 혜인은 루이비통의 앰버서더를 각각 맡고 있다. 지난해 뉴진스는 음악과 광고, 패션계 등에서 110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어도어는 역대 최단 기간에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뉴진스의 빌보드 등 해외 성과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늦어도 데뷔 만 5년차에 블랙핑크 7년차 매출에 근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하이브와 어도어 간 경영진 갈등은 하이브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알려지자 하이브 주가는 22일 7.81%(1만8000원)하락한 21만2500원으로 장마감했다. 컴백을 앞둔 뉴진스에게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진스는 다음 달 24일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발매한다.

방시혁은 하이브 지분 31.5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설립자다. 사진 하이브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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