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양념 기계에 그만…숙박·음식업 5년간 24명 목숨 잃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소규모 숙박·음식점업 사업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숙박·음식점업은 건설·제조업에 비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최근 5년간 20명이 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숙박업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1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펜션에서 일하던 A씨는 2022년 10월 안전모 없이 이동식 사다리 위에 서서 바비큐장 지붕을 청소하다가 떨어져 사망했다. 객실 청소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호텔 지하 침구류 보관실 콘센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직원이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식당 등 음식점업에선 같은 기간 13명의 사망자가 있었다. 2022년 9월 부산의 한 식당에서 숨진 B씨는 깍두기 양념을 배합하는 기계를 작동하다가 고무장갑이 끼여 밀려 들어가 사고를 당했다. 음식 조리용 장작을 싣고 이동하다 뒤로 넘어지거나 고기구이용 가마(통풍구)에 불을 붙이다 화재 폭발로 사망하기도 했다. 일상에서도 중대재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고용부는 ‘업종별 사업장 안전보건 가이드’를 배포해 소규모 숙박·음식점업일지라도 핵심 의무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를 수립해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알려야 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 지출 내역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50인 미만 숙박·음식점업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수행할 직원도 지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중처법상 준수 사항과 처벌 조항이 대기업 기준에 맞춰진 만큼 자신들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당초 정부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야당이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인천에서 직원 10명의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가이드를 살펴보면 별도의 산재 예방 예산을 편성하라고 하는데, 고물가에 당장 월세랑 인건비를 내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마련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은 최근 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도 이를 전원재판부에 넘기면서 조만간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 부여와 과도한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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