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하얘졌다" 쪽방촌에 눈물 삼킨 이재용, 20년 남몰래 한 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들을 무료 진료하는 병원인 요셉의원에 20년 넘게 후원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회장의 선행은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 설립자이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故) 선우경식 원장의 삶을 담은 책 『의사 선우경식』을 통해 공개됐다.
이 책에는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라는 소제목으로 이 회장이 상무 시절이던 2003년 6월에 요셉의원을 방문한 일화가 담겼다. 선우 원장이 삼성 호암상을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이 회장이 방문한 쪽방촌에는 맹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누워있었다.
저자는 "어깨 너머로 방 안을 살펴본 이 상무는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고 서술했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의 모습을 처음 봤기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선우 원장이 "빈곤과 고통으로 가득한 삶의 현장을 보셨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라고 묻자 이 회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선우 원장에게 "솔직히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에 하얗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그리고는 이 회장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꺼냈다고 한다.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선우 원장과 함께 노숙인·극빈자를 위한 밥집을 운영할 건물을 삼성전자가 짓기로 의견을 모으고 몇 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철도청 소유 공유지에 들어설 밥집 건물 설계도까지 준비했지만 "왜 밥집을 지어 노숙인을 끌어들이냐"며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에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소, 어린이 보육시설 등 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돌봐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선행은 이 회장 본인의 당부로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선우 원장의 삶을 담은 책이 출간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는 부회장이던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결혼도 않고 평생 봉사한 선우경식 원장
선우경식 원장은 1945년 평양에서 태어나 가톨릭의대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킹스브룩 유대인 메디컬 센터에서 내과 전문의로 수련한 그는 '돈 잘 버는 의사'로 사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귀국했다.
교수 생활을 하며 주말에 무료진료 봉사를 다니던 선우 원장은 1987년 서울 관악구에 노숙자, 알코올 의존증 환자 등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의료시설 요셉의원을 설립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며 오로지 환자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 위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데 최선을 다하던 선우 원장은 2008년 4월 뇌출혈로 쓰러져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편 『의사 선우경식』은 전기문학 작가인 이충렬 작가가 자료를 검토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쓴 선우 원장의 전기다. 이 책의 인세는 전액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에 기부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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