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넘는 저축銀 작업대출 “아직도 회수 중”

5대 저축은행만 1조2000억 규모
부동산 침체·위법 책임 등 '난항'

저축은행 이미지 ⓒ 연합뉴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에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부당 취급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과 관련, 아직도 대출금 전액이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편법 대출로 제 2금융권 작업 대출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당국이 사후 감독 및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작업대출 취급으로 적발된 SBI·OK·페퍼·애큐온·OSB 등 5곳의 저축은행들은 관련 대출금을 회수 중이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작업대출이란 대출을 받을 자격이 없는 차주들의 서류나 소득 등을 위조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실행되는 대출을 의미한다.

작업대출은 주로 손님 유입을 중개하는 대출 브로커, 서류 작업을 하는 사람 등이 팀을 이뤄 서류 위·변조 등을 통해 대출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출이 더 필요한 차주와 대출에 따른 중개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체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진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이들 은행에서 1조2218억1000만원(3727건)의 작업대출을 확인하고 징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저축은행에서 실행된 대출들은 사업 목적이 아닌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 주택 구입에 이용됐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 위·변조 등의 불법행위가 일어났다. 금감원은 주담대 부당 취급액이 1000억원을 넘은 SBI(4411억원)·애큐온(4719억원)·페퍼(1623억원) 등 3개 저축은행에는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초미의 작업대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아직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모습이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 2금융권 여신 약관에 따르면 부당함이 발견된 대출은 회수 통지의 도달일로부터 10일 이상으로 금융사가 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기한의 이익을 상실, 즉시 전액을 갚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해당 기간은 ‘한 달’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작업대출 사태가 1년이 다 되가는 데도 대출금을 돌려 받지 못했다. A저축은행은 관련 대출액 규모가 많아 전액을 환수하지 못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덮쳐 담보 시세가 하락해 처분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도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상당부분을 회수했다”면서도 “일부 남은 잔금은 회수 처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의 작업대출 관련 사후 감독 및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대출 특성상 은행보다 조달환경이 열악한 중소금융권에서는 완전히 뿌리 뽑기 어려운 만큼 규제 수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작업대출은 부동산 폭등기 가계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행했는데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우회 대출’로언급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회수가 어려워진 현실과 함께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담보 대출인만큼 완전히 외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작업대출 회수는 차주가 서류 위·변조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약관에 의해 할 수 있는데 대출모집인이 했는지, 차주가 했는지 수사를 통해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금융사에서 이같은 판단을 하기 힘드니 일괄적으로 작업대출로 확인되면 만기 시점에 와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며 “개인사업자 대출이 평균 만기가 3년임을 고려해, 평균 1.5년 정도 지나면 작업대출로 문제가 됐던 여신들은 거의 다 회수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과 새마을금고가 공동 검사를 진행했던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딸이 받은 작업대출도 회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달 초 양 후보가 딸 명의로 작업대출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일자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원이 없던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조사 합류를 요청, 하루만에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새마을금고 측은 약관 내용대로 내달 초까지 양 당선인의 딸이 받은 대출 11억원을 환수하고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에 보고할 방침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4일 양 당선인 측에 대출금 회수 조치를 통보한 바 있다. 기한이 넘어갈 경우 법적 대응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