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투자 '보스토크 LPG' 러시아서 사원제명청구訴 당해

러 최대주주 "E1, 주주 의무 위반" 주장
"문제없다" 승소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커
러 에너지 투자 위축 우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회사인 E1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주주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원제명청구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제기한 쪽은 E1이 투자한 러시아 기업 ‘보스토크 LPG(Vostok LPG)’의 최대 주주 살라우디 아메르하노프(Salaudy Amerkhanov)다. 향후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에너지 투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와 E1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보스토크 LPG 최대주주인 아메르하노프는 E1이 보스토크 LPG 창립자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실무회의록 등에 서명하지 않아 주주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은행에서 최대 200억루블(약 3000억원)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고도 했다. 보스토크 LPG의 또 다른 한국 주주인 HL홀딩스와 현대케미칼에도 같은 소송을 걸었다.

앞서 E1은 2021년 8월 보스토크 LPG 지분 8%를 4억원에 매입했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당시 정부의 신북방정책 영향으로 현지 투자처를 모색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토크 LPG는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인 연해주 하산의 페레보즈나야만(灣) LPG 터미널 사업 주관사다. 당시 연해주는 한·중·러 3국의 물류 요충지가 될 수 있는 항만으로 주목받았다.

보스토크 LPG 지분 구성을 보면 경영진인 아메르하노프와 루슬란 갤린스키(Ruslan Galinsky)가 각각 41.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기업 E1과 HL홀딩스 지분은 각각 8%, 4.75%다. 현대케미칼도 4.75%를 보유한 주주였으나 지난해 6월 사원제명청구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철수했다. 현대케미칼 지분은 보스토크 LPG 경영진에 넘어갔다.

보스토크 LPG는 2021년 9월 건축허가를 받았고 터미널 설계와 엔지니어링 정부 조사를 마친 뒤 2022년 1월 사업을 승인받았다. 보스토크 LPG는 연간 100만t 규모 처리능력을 갖춘 LPG 터미널 건설과 LPG 공급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45억루블(약 6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완공 시점을 여러 차례 연기했다.

소송은 한국 기업 승리로 끝났다. E1 관계자는 "올해 러시아 법원이 사원제명청구소송에서 ‘E1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며 "초반에는 한국과 러시아 거리가 멀어 회의에 몇 번 불참했으나 그 이후에는 대리인을 계속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사원제명청구소송을 건 배경에 대해 "LPG 터미널 사업을 자국 기업이 다 가져가려는 의도인 건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러시아 기업들은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했다.

국내기업 STX도 에너지 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2018년 연해주 크라스키노 LPG 탱크 터미널 사업에 600만달러(약 80억원)를 투자했고, 이 터미널은 2021년 완공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러시아와의 사업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데다 사소한 일에 소송까지 벌어지게 돼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다.

E1 관계자는 "당시 새로운 투자처를 찾다가 기웃거렸던 사업이고 투자 당시 러시아 정세나 경제상황도 지금과 달랐다"며 "지분을 처분할 이유가 확실치 않고 투자금액도 적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1은 지난해 말 기준 보스토크 LPG에 대한 지분가치 4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