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닝메이트는 누구?…부통령 후보 명단 살펴보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는 누가 될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캠프별 부통령 후보군 좁히기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해 중도 성향은 물론, 여성, 유색인종 후보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부통령 인선 우선순위는? 충성심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경쟁은 의심의 여지가 적었던 그의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과정보다 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주요 후보군을 소개했다. 앞서 1기 집권 당시 러닝메이트였던 '기독교 보수주의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인선 우선순위로는 ▲충성심 ▲대중적 인상을 심어주기에 적합한 캐스팅(central casting) ▲선거 과정에서 자신보다 빛나지 않을 사람 등 3가지가 꼽힌다. 가디언은 부통령 선출이 2024년 대선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낙태권이 주요 선거 이슈로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고 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트럼프 캠프 측은 공화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부통령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후 오는 7월 공화당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전당대회 전까지 부통령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가디언은 부통령직은 '대통령직에서 멀지 않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미국에서 부통령을 역임한 후 대통령이 된 인물이 15명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이 가장 먼저 꼽은 부통령 후보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66)다. 보수 성향이 강한 공화당 소속 정치인인 애벗 주지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국경, 코로나19 정책에 강하게 반발해온 인물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로 "애벗을 매우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보수매체 폭스뉴스의 전 간판 앵커이자 친(親)트럼프 논객인 터거 칼슨(54) 역시 이념 성향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손꼽힌다. 칼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대통령 등 독재자들을 칭찬하고, 서방 엘리트들이 백인을 대체하기 위해 이민자를 유입시키고 있다는 극우 '백인 대체론(great replacement)'을 밀어붙이고 있다. 칼슨은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메시지를 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분별력 있고 현명하다"고 칭찬했다.
벤 카슨(72)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표심을 얻기 위해 대대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성공한 흑인 의사'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디트로이트 출신 가난한 집안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예일대, 미시간대 의대를 거쳐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신경정신외과 의사가 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카슨이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사태 이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보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때 '리틀 트럼프'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섰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45)도 공화당 내 부통령 후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꺾고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디샌티스를 '드샌티모니어스(DeSanctimonious)'로 낙인찍었다. '신실한 척하다'는 뜻의 'sanctimonious' 단어를 결합해 조롱한 것이다. 충성심을 우선순위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에 따라 실제 부통령 후보 선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해임을 촉구해온 프리덤 코커스 공화당원 바이런 도널드(45)는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프리카계 친트럼프 인물로 평가된다. 기업가 출신의 정치신인 비벡 라마스와이(38)는 올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켜세워 주목받은 인물이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유색인종, 30대 젊은 정치인 카테고리에 들어가지만, 기후변화 등에 대한 견해는 젊은 유권자들과 거리가 멀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공화당에서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인 팀 스콧(58)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을 추릴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앞서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던 그는 지난해 11월 중도 사퇴한 후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행사에 스콧 의원을 대동해 "나를 위해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그의 충성심에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폭스뉴스로부터 러닝메이트 후보 질문을 받자 스콧 의원을 가리키며 "많은 이들이 저기 저 신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앞서 현지 언론들은 스콧 의원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인 8월 초 결혼한다고 보도하면서 부통령 후보 지명 시 일정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짚기도 했다.
가디언이 꼽은 남성 부통령 후보는 벤처자본가 출신 오하이오주 미 상원의원인 JD밴스(39)다. 흙수저 출신 백인인 그는 2016년 출간된 회고록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의 주인공이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이제 열렬한 지지자로 분류된다. 이민,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일한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밝혀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연초 한 인터뷰에서 "JD밴스 같은 이를 보고 싶다"면서 "원칙적으로 일치하고 공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낙태권' 논쟁 의식? 女 부통령 뽑아야 주장도
현지에서는 여성 정치인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교외 출신 백인 남성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확인한 만큼, 추가 표를 확보하기 위해 여성 러닝메이트를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여성 표심이 달린 낙태권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초강경 기조를 보이지 못했을 정도로 오는 11월 대선 핵심 이슈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가디언은 여성 부통령 후보군으로 첫 힌두교 의원이었던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42)을 가장 먼저 꼽았다. 개버드는 지난달 폭스뉴스의 부통령직 제안 질문에 "열려 있다"고 답변했었다. 조지아주 하원의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49)은 바이든 대통령의 3월 국정연설 당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옷을 입고 참석했을 정도로 공화당 내 대표적 트럼피스트다.
이번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마지막까지 맞붙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52)도 주요 부통령 후보다. 인도계 시크교 이민자의 딸이라는 헤일리 전 대사의 정체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따라붙는 성차별, 인종차별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 자체에서 트럼프 측에게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해서도 이들과 의견을 달리한다.
아울러 앵커 출신 정치인 카리 레이크(54),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다 주지사(52), 백악관 공보비서관 출신인 사라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41), MAGA로 전향한 엘리스 스테파닉 뉴욕주 하원의원(39) 등도 모두 친트럼프 성향이라는 측면에서 여성 부통령 후보군에 올랐다.
이 가운데 주지사 재선 압승으로 한때 대권 잠룡으로 언급되기도 했던 노엄 주지사는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대선 야망을 둘러싼 추측을 진화했다. 다만 낙태권 관련해 보수적이라는 점, 전 트럼프 보좌관과의 불륜 언론 보도 등은 여성 표심을 잡는 데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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