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통화정책, EU 따라간다?…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하려면(종합)[Why&Next]

박재현 2024. 4. 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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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보다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
韓, 주요 10개국 물가 관리 2위
금리 인하하려면…물가, 환율 안정 확신 필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각국 통화정책이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통화정책이 유럽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글로벌 경기 흐름과 달리 ‘나홀로 호황’을 보이는 반면, 한국과 유럽 주요국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결국 물가가 내려갈 거란 확신과 환율 안정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국가가 인플레이션에 상당히 선전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호주 등 영어권 국가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10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인플레이션 고착화 수준이 높은 국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주요 10개국 중 9위를 차지하면서 이들 중 두 번째로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거란 예측이 나왔다. 호주, 영국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순위가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을 빨리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이 피벗(pivot·방향 전환) 시그널을 준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혹은 뒤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간 각국 통화정책은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금 유출을 우려해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을 제외한 각국이 부진한 경기 흐름을 보이거나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완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보다 선제적인 피벗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먼저 피벗에 나설 전망이다. 중동 분쟁 등 여전히 인플레이션 확대 등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큰 경제 충격이 없는 이상 금리 인하를 진행할 거란 예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에 큰 충격이 없다면 곧 통화 긴축을 완화할 것”이라 말했다. 사실상 올해 6~7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미국의 피벗 시점은 오는 6월보다 더 늦어질 거란 전망이 크다. 지난 16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서 “최근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다다르고 있다는 명백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그러한 확신을 얻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시장은 미국의 6월 금리 인하가 힘들 것이라 보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한국은행, 선제적인 ‘피벗’ 가능할까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피벗을 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물가가 충분히 안정됐다는 지표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하한 스위스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6년까지 1.5%를 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체코와 헝가리도 올해 들어 각각 0.5%포인트, 2.5%포인트 금리를 내렸는데 두 국가 모두 물가가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지표가 확인됐다. 결국 물가가 안정될 거란 확신이 있어야 선제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의 금리차로 원화 가치가 절하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다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는 6월쯤 유럽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에 앞서 유로화가 크게 약세를 보이진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유로화가 크게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능한 시점인 9월보다 한 템포 빠른 8월쯤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여건도 변수다. 지난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 경제 전망’에서 유럽 국가들의 소비 심리가 악화한 점을 들어 독일(0.2%), 프랑스(0.7%) 등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1월 전망했던 것에서 각각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면 미국은 2.7%로 지난 전망치(2.1%)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보다 유럽 국가의 경기 부양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유럽과 비슷한 통화정책 기조를 보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최근 고환율이 불확실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면서도 “유럽이 금리를 인하한 뒤에도 유로화 약세가 제한적이라면, 우리나라의 3분기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은 경제가 상당히 좋아 고금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면 한국은 내수가 부진하면서 물가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좀 더 안정되면 미국과 무관하게 피벗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달라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유럽의 경제 성장률은 0.5%가량이었고, 올해도 1%가 안 될 것으로 보여 경기 침체를 좌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면 우리나라 정책 당국은 올해 2%대 초반 경제성장률이 나올 거라 전망하고 있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IMF는 지난 16일 세계 경제 전망에서 유럽 국가의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난 1월과 같이 2.3%로 유지한 바 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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