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죽음과 삶
캐나다는 호주·스위스·벨기에·네덜란드 등과 함께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소수 국가에 속한다. 적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달리 약물을 투입해 직접 죽음을 돕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유럽·북남미 국가들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위법이고, 이를 도운 사람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8개국 중 6개국에서는 정신질환이나 장애로 인한 고통도 자격 요건으로 인정한다. 특히 1942년 안락사를 최초로 허용한 네덜란드는 매년 수십 명에서 100명 정도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한다. 대부분 몇 차례의 자살시도에 실패한 경우가 많아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는 경우가 드물어 그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안락사(euthanasia)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좋은(eu) 죽음(thanatos)이라는 뜻이지만, 그 본래 의미는 자연적인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의하면 그 어느 종류의 안락사도 엄격히 금지된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사망률이 높았던 터라 삶의 가치가 그만큼 소중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육체적 절정기에 다다른 젊은이가 전사한 경우는 ‘아름다운 죽음(beautiful death)’이라 하여 신들의 사랑을 받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된다고 여겼다. 죽음을 알면서 맞이한 아킬레우스(사진)의 비장함이나, 영광을 내려달라는 어머니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헤라 여신이 선사한 죽음을 맞는 효자 쌍둥이 클레오비스와 비톤의 이야기는 신화를 통해 죽음의 격을 높인 그리스 문화의 일면이다. 이는 죽음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필연적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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