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전쟁’ 끝→본토 맞불 공격…이스라엘·이란, 전쟁규칙 달라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제한적인 본토 공습을 주고받으며 ‘맞불 보복’을 감행한 이후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이 당장은 수위를 조절해 확전을 피한 듯 보이지만, 막후에서 은밀하게 ‘그림자 전쟁’을 벌여 온 오랜 관례를 깨면서 ‘전쟁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는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섰다”(월스트리트저널·WSJ), “시간이 지날수록 확전을 제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블룸버그)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폭격과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보복 공습, 19일 이란 이스파한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등이 이전 양상과 다르다면서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그간 직접충돌은 피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은밀하게 공격하고 요인을 암살하면서도 배후로 지목될 만한 ‘스모킹 건’은 남기지 않았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시리아 정부군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親)이란 대리 세력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는 양국이 직접 싸우지 않는다는 ‘레드라인’이 모호해졌다. 본토 타격이라는 임계점을 넘은 이상 향후 공격의 정도는 더 강해질 우려가 크다. 최근 양측의 공격 모두 ‘못 때린다’가 아니라 ‘안 때린다’는 과시에 초점을 맞췄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향후 공격의 범위를 얼마든 조정할 수 있다.
랜드연구소의 중동 분석가인 달리아 다사 케이는 WSJ에 “게임의 규칙이 바뀌어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을 때 양측이 시험을 하는 기간이 있다”며 “그 몇 주, 몇 달은 상황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은 “1회전이 끝났지만, 2회전이 또 시작될 것”이라며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이런 긴장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차기 미 행정부에서 미·이란 관계를 재설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중동 안정이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리더십 모두 보복의 악순환이라는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국내 정치적 환경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 연립정부 지지율이 여전히 야당보다 낮지만,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격차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20일 보도했다. 네타냐후 개인 지지율도 37%로 소폭 상승해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의 차가 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두려움과 네타냐후가 전면전을 피하면서 이란을 저지한다는 인식이 네타냐후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통해 역내 동맹들에 세력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란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19일 “하메네이의 기본 정책은 이스라엘과 직접 대결을 피하고 체스판의 말처럼 중동 전역의 대리 그룹을 전략적으로 조종하는 것이었는데, 지지자들의 요구에 영향을 받아 복수를 강조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백일현·박소영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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