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조이고 한쪽에서는 풀고… [편집장 레터]
돈·일자리 넘쳐나 물가지수 수그러들 기미 없어
“늑대가 나타났다.” 외치는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말입니다. 미국 금리 인하 얘기입니다. 올 초만 해도 시장은 미국이 올해 금리 인하를 7번 정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죠. 지난해 12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물가가 2%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금리를 인하하면 너무 늦다”고 얘기한 게 시장에 확신을 줬습니다.
그런데 웬걸~ 올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훨씬 웃돌면서 ‘엥?’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3월 들어서도 CPI가 높게 나오자 시장은 본격적으로 술렁입니다. 그뿐인가요. 3월에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치솟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제 금리 인하 기대감은 쑥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금리 인하가 한 번도 없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죠.
이 와중에 파월 의장의 한 박자씩 늦는, 갈팡질팡 발언이 춤을 춥니다.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 시장을 보여준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 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고(매우 어렵게 말했지만 요약하면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다’ 쯤 되겠죠), 시장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까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된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죠. 지난 3월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소폭 상향하면서도 금리 인하 전망 중간값(Median)을 3회로 유지했습니다. “물가 전망치를 높이면서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드셌지만, 입장을 바꾸지 않았죠. 파월 의장은 물가가 치솟던 2021년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뒤늦게 금리를 올려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상황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세계 경제는 또다시 불안해졌고 그야말로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합니다.
사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마구 풀어댄 돈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미국에는 돈이 넘쳐납니다. 미국 정부가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와 반도체법(Chips Act)을 시행하면서 세계 각국의 돈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고, 바이든 정부도 막대한 재정 지출을 계속해왔기 때문이죠.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는다며 금리를 올리고, 한쪽에서는 계속적으로 돈을 풀고…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알 만한 사실입니다.
한국도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4월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와 민생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며 “선거 때 약속한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해 민생회복긴급조치를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1인당 25만원(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주자는 그 공약이죠. 민생회복지원금 13조원은 한국 경제에 또 얼마나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까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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