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전성시대’ 올 수밖에 없었다 [신율의 정치 읽기]
진보 성향 강한 4050세대, 수도권 거주 영향
소선거제 아래서 국힘, 진보 이기기 어려울 듯
이번 총선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총 6번의 국회의원 선거 중 진보 세력이 이긴 경우는 4번, 보수가 이긴 경우는 2번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진보가 승리한 선거를 두고 ‘이변’이라 불렀다면, 지금은 총선에서 보수가 승리하면 이변인 셈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진보 측 의석이 절반을 넘어 개헌 저지선인 200석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21대 총선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진보 진영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게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설명하기 당혹스럽다. 바야흐로 이제 ‘진보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월 29일 발표된 총선 전(前) 한국갤럽의 마지막 정례 여론조사(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2024년 3월 주관적 정치 성향은 ‘보수적’ 32%, ‘중도적+성향유보’ 39% 그리고 ‘진보적’ 28%였다. 근소하지만 보수가 우위다. 이런 보수 우위는 2021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총선 결과만을 놓고 보면 진보가 우위라고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논리적 부정합은 어디서 발생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확정된 국내 선거인 수’를 근거로 각 시도별 유권자 수를 보면, 서울 유권자는 830만840명으로 전체 유권자 4425만1919명 중 18.76%를 차지한다. 경기도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26.2%, 인천은 5.8%를 차지한다. 전체 유권자 기준, 50.06%의 유권자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여기서 주목할 세대는 40대와 50대다. 행정안전부가 2024년 4월 1일 발표한 ‘행정동별 연령별 인구 현황’을 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40대는 142만6416명이고, 50대는 149만6980명, 60대 이상은 246만1804명이다. 경기도는 40대가 224만7421명, 50대는 234만6496명 그리고 60대 이상은 321만2362명이다.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주관적 이념 지형을 살펴보자. 40대의 이념 지형은 보수 24%, 중도 32%, 진보 40%였다. 50대는 보수 27%, 중도 31%, 진보 37%다. 4050세대에서 진보가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번 총선 출구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비례정당 투표 출구 조사에서 나타난 세대별 정당 투표를 보면,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세대는 20대와 30대 여성과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여성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던 이유는 이렇게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대한민국에서 여성 문제는 아직도 ‘소수 인권’에 해당되는 문제다. 여성, 특히 2030세대 여성이 ‘공정’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 이종섭 전 대사 출국 금지 해제 문제가 이들의 ‘공정’ 의식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처하는 여권 모습을 보면서, 이 역시 ‘공정’의 문제와 연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40대는 이런 사안 때문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을 발현했다고 보기 힘들다. 이들은 항상 진보 성향이 압도적이었다.
종합해보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 승리를 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석수가 가장 많은 서울·수도권, 특히 경기도 지역에 4050세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니, 기본적인 ‘틀’이 국민의힘에 유리하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는 민주당 175석 대 국민의힘 108석이지만, 득표율 차이는 5.4%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득표율만으로 환산하면,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22석, 민주당은 25석을 차지해야 한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득표율로만 계산하면,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은 26석, 민주당은 33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11석, 경기도에서 6석만을 획득했다.
이는 소선구제가 갖는 ‘단점’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는 몰표가 나왔지만, 소선구제에서는 의미가 없다.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왔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했다. 어쨌든 이런 정치 구도 아래서 국민의힘이 앞으로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대선은 다르다. 대선은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지역구가 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주관적 이념 지형이 선거 결과에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는 압도적 입법 권력과 제왕적 대통령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제는 본래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견제와 갈등은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만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의원내각제 개헌을 들고나와야 한다. 내각제 개헌이 성공하면 민주당은 세대 간 이념 차이 덕을 장시간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4년 중임제 개헌만을 말하고 있으니, 이해 불가다. 민주당이 심심치 않게 입에 올리는 대통령 탄핵 주장을 봐도 논리적 불합치를 발견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단축을 외치기보다는, 차라리 수상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는 내각제로 바꾸자고 주장해야 논리적으로 맞는다. 탄핵이나 임기 단축도 제도적 절차일 수는 있겠지만 기존 제도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어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는 차원에서, 공당이 할 소리는 아니다. 제도 덕분에 압도적 입법 권력을 소유하게 된 정당이, 제도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역설을 현재 민주당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극심한 정치적 불안이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면 국민과 언론이 나서 정치권의 균형을 잘 잡아줘야 한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준엄하게 꾸짖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진영 간 대립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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