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 GE 해체가 주는 시사점 [취재수첩]
기자가 입사할 당시인 2000년대 중반 최고의 기업은 단연 GE였다. 지금으로 치면 엔비디아나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증시에서 연일 주목하는 스타 기업이었다. 당시 국내 대기업은 GE 경영 스타일을 연구하고 미래 리더를 배출하는 사내연수원 ‘크로톤빌’을 벤치마킹, 유사한 교육기관을 만들며 인재 양성에 힘을 실었다. 국내 모 금융사는 당시 GE의 인사 제도인 ‘스택랭킹(Stack Ranking)’을 베껴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은 놔두고 임원에 한해선 인사평가 하위 10%를 매년 물갈이하기도 했다.
GE는 지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밸류업’ 정책의 선도자이자 모범 기업이기도 했다. 매년 10% 성장을 하면서 자사주 매각, 배당 정책으로 한때 찬사를 받았다.
이런 예전 세계 최고 기업이 최근 3개 기업으로 쪼개져 재상장됐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고 그룹의 자금 수혈 창구이자 매년 재무 상태를 ‘마사지’할 수 있었던 금융 계열사가 몰락하면서다. 이제 GE닷컴을 검색하면 ‘Today we begin again(오늘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이라는 문구가 뜰 뿐이다.
GE그룹 해체는 한국 기업이나 증시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등 한때 추앙받던 CEO들이 실은 주주자본주의에 입각, 아웃소싱으로 비용을 낮추며 단기 성과에 집착했고 연임을 위해 주주친화 정책을 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기술 결함, 계열사 부실 등 부작용으로 회사가 어려워질 때도 GE는 근본 회사 체질을 바꾸려 하기보다 여전히 자사주 매각, 배당 확충으로 대응했다.
그래서 결론이 주주친화 정책을 거둬라?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든 않든 주주친화는 기본이다. 대신 미래 장기 먹거리를 발굴하고 R&D, 인재 양성 등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각 기업은 진짜 밸류업의 반면교사를 GE 사례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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