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정교하게 빚어낸 105년 전통 막걸리 맛보실래요”
막걸리가 ‘특이점’을 맞이했다. 전통적인 막걸리 발효·양조에 AI 기술을 도입한 춘풍양조장이 주인공이다. 업계 유명한 전통주 덕후인 김원호 대표, 그리고 전북 장수군에서 3대째 술을 빚어온 배중술 번암주조 대표가 10년 넘는 논의 끝에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번암주조는 105년째 막걸리를 만들어오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다.
“막걸리는 발효 과학의 정수라고 부를 만한, 전 세계 어디에 갖다놔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술입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싸구려 아재술’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죠. 세계에서 먹히는, K푸드 열풍의 또 다른 축이 될 만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어보자는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대표는 막걸리 세계화를 위해 2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통 발효 과학을 제대로 구현한 뛰어난 품질, 그리고 이 품질을 표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춘풍양조장은 AI에서 해법을 찾았다. 105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정립한 번암주조 발효 방식을 AI에 학습시켰다. 3주 정도 소요되는 발효 공정 전체 구간을 초 단위로 나눠 프로그래밍했다. 양조 탱크에는 센서가 부착돼 있다. 산도(pH), 이산화탄소, 당도, 습도, 온도 등을 실시간 체크해 자동으로 미세 조정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막걸리 양조도 계속 실험 중이다. 입력값을 달리해서 우연히 맛있는 술이 나올 경우, 바로 제품화가 가능하다. 술을 만드는 동안 AI가 발효 관련 데이터 110만개를 자동 수집하는 덕분이다. 저장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똑같은 맛을 내는 술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화장품으로 따지면 코스맥스 같은 OEM·ODM 역할도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생산기지를 현지에 설립해 프리미엄 생막걸리를 전 세계인에게 선보이는 것이 두 대표의 비전이다. 첫 단추는 꿰었다. 춘풍양조장은 최근 국내 생막걸리 최초로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에 성공했다.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양조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어나는 등 반응도 좋다.
“그동안은 해외서 생막걸리를 생산하려고 해도 전문 양조인이 부족해 꿈도 못 꾸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술 덕분에 전문가 없이도 각국 환경에 최적화된 양조가 가능해졌어요. 맛도 좋고 유익균이 살아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전 세계인에게 맛보이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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