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이름 순항·지대공 미사일 동시 공개…‘창과 방패’로 증원전력 차단 노리나
북한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순항미사일과 지대공(반항공) 미사일을 동시에 시험발사한 것은 유사시 한·미 증원전력 차단 계획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각각 ‘창’과 ‘방패’로 상징되는 미사일에 새 명칭까지 부여하면서 운용성도 과시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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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 이름 붙인 미사일 발사…軍 “탐지했지만 비공개 결정”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미사일총국은 전날(19일)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라-3'형 초대형 전투부(탄두) 위력 시험과 신형 반항공 미사일 ‘별찌-1-2’형을 시험발사했다. 통신은 “시험발사를 통해 해당 목적이 달성됐다”며 “신형 무기체계들의 전술기술적 성능 및 운용 등 여러 측면에서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미사일총국과 관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상적인 사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 매체 보도 후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군 당국자는 “19일 오후 3시 30분쯤 서해로 발사된 수발의 미사일을 탐지했지만, 여러 사항을 고려해 언론에 공식 공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트 엔진을 장착한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금지하는 행위는 아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모두 알리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北, 타격 대상별 순항미사일 ‘맞춤제작’ 의도
화살-1라-3형과 북한 말로 유성을 뜻하는 별찌-1-2형 모두 처음 등장한 명칭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화살-1형을 처음 시험발사한 이후 수차례 화살-1·2형을 쏘면서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 기술 향상에 공을 들여왔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서만 여섯 번째다. 지난 1월에는 ‘불화살-3-31형’으로 이름 지은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을, 2월에는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을 처음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선 화살-1라-3형이라는 ‘코드명’을 주목한다. 북한이 상황과 표적에 맞춰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의 종류와 플랫폼을 ‘맞춤제작’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미사일 코드명은 전력화 직전 단계에서 임무와 타격 대상에 따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시험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은 사거리 1500km급 화살-1형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전력화가 임박했거나 운용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발표대로 이번에 쏜 순항미사일에 ‘초대형 탄두부’를 장착했다면, 이는 한·미의 견고한 군사시설을 염두에 두고 개량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탄두 크기가 파괴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순항미사일은 저고도 비행으로 레이더 탐지를 피할 수 있는 데다, 목표한 건물의 창문도 맞출 수 있을 만큼 정밀성도 뛰어나다. 향후 북한이 공언한 여러 개의 군사정찰위성으로 표적 추적 능력을 강화한 뒤 미 항공모함 같은 대형 이동 표적까지 노릴 수 있다.
방공망 고질적 약점 北, 러시아 지원 받은 별찌로 보완했나
별찌-1-2형은 기존 ‘번개’ 계열 지대공 미사일의 진화형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S-300, S-400 미사일을 본 따 번개 계열 미사일을 개발해 온 북한이 최근 러시아 기술 지원으로 운용성을 과시할 만큼 지대공 미사일에서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발사대만 공개한 번개 계열과 달리 지휘통제차량과 레이더가 함께 찍힌 모습으로 별찌-1-2형을 공개한 점 역시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또 현재 군산에서 한·미 연합편대군 종합훈련(KFT)이 진행 중인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대북 원점타격을 노리는 한·미 미사일과 전투기 훈련에 대응할 수 있다는 ‘요격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그간 열세에 놓여있던 방공망을 별찌-1-2형으로 보완했다는 일종의 시위로도 읽힌다.
순항·지대공 미사일 연이은 ‘세트’ 공개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한 번에 등장시킨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 2월 2일에도 순항과 지대공 두 종류의 미사일을 동시에 시험발사했다. 전쟁 초기 지대공 미사일로 방공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로 주일미군 기지 또는 미 항공모함을 타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의 공중전력과 해상전력 등 증원전력 차단을 목표로 삼는다는 뜻인데, ‘북한판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함정이 제1도련선(필리핀-대만-오키나와 등을 잇는 선)에 진입하면 미사일로 미 함정을 격파한다는 중국의 A2AD 전략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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