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우크라·이스라엘·대만 131조 지원안 통과…젤렌스키 “존슨 의장에 감사”

김형구 2024. 4. 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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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등을 지원하는 총 950억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법안을 가결 처리인 뒤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원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등을 지원하는 총 950억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백악관의 안보 지원 패키지 예산안 제출 이후 공화당 강경파 반대 속에 표류됐던 안보 예산안이 6개월 만에 하원 문턱을 넘은 셈이다. 조만간 상원 통과에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서명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608억달러(약 84조원) 규모의 지원안을 찬성 311표, 반대 112표로 가결했다. 여기에는 ▶미 무기ㆍ비축물자ㆍ시설 보충에 230억달러 ▶유럽 주둔 미군 작전에 110억달러 ▶우크라이나군 첨단 무기 시스템과 방위 장비 구입에 140억달러 등이 배정됐다.

하원은 이어 26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안을 찬성 366표, 반대 58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스라엘의 저고도 요격체계 아이언돔과 중고도 요격체계 데이비드 슬링 구입 자금이 여기에 들어간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에는 공화당에서, 이스라엘 지원안에는 민주당에서 반대 표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또 대만 등 인도태평양 동맹 및 파트너 안보 강화를 위한 81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지원안이 찬성 385표, 반대 34표로 가결됐다.


바이든 “이란ㆍ러 내버려두지 않을 것” 환영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지원안의 하원 통과를 환영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전례 없는 공격에, 우크라이나는 극도로 강화된 폭격에 직면해 있다”며 “법안이 오는 즉시 서명해 이란이나 러시아가 성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낼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에 오르기 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 년간의 안보 지원안 표류 상태를 끝낸 데 기여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2주 뒤인 10월 20일 이스라엘(143억달러)ㆍ우크라이나(614억달러) 지원 및 대만 등 인도태평양 국가(74억달러) 지원, 남부 국경 관리 강화(136억달러) 등을 한꺼번에 묶은 총 1059억달러 규모의 패키지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상원은 지난 2월 13일 우크라이나 600억달러, 이스라엘 지원 140억달러 등 총 950억달러 규모의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는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로 정체 상태를 거듭해 왔다.


“존슨 하원의장, 공화당서 어려운 길 선택”


그러다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지원 등을 개별 법안으로 쪼개서 처리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돌파구가 마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 공화당은 트럼프에 포섭돼 합의를 택하는 것이 분노를 자아내고 정치 경력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며 “(존슨 의장이) 당내에서 강력하고 폭력적인 압력에 직면했지만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미 하원과 양당(민주ㆍ공화), 그리고 개인적으로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결정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등에 대한 총 950억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법안을 표결한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 앞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과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 등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는 “예산 지원안 통과시 존슨 의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존슨 하원의장이 지난해 10월 초당적 임시 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공화당 초강경파 주도로 선출 9개월 만에 조기 낙마한 전임자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존슨 의장 해임안을 제출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날 법안 통과 후 “나는 그(존슨 의장)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그는 이미 레임덕”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강경파가 실제로 ‘존슨 의장 해임’을 밀어붙일지 여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의중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안보 지원안 처리에 앞서 존슨 의장이 지난 1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엿새 후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 존립은 미국에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유럽이 더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쓴 점에 비춰 볼 때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비토(거부)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었다.


틱톡 강제매각 수정안도 하원 통과


미국 하원은 20일(현지시간)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강제매각 법안 수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AFP=연합뉴스
이날 하원은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강제매각 법안 수정안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가결 처리했다.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의안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계 기업 바이트댄스가 270일(1회 한해 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같은 취지의 틱톡 강제매각 법안을 처리했지만 상원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법안은 바이트댄스의 사업권 매각 기간을 6개월로 했는데 이번에 최장 360일로 다소 늘렸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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