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伊가전 1위 비결 여기 있었네"…현지 유통 가보니

이탈리아 대표 가전 유통 '미디어월드 체르토사' 르포
'빌트인 와이드 BMF 냉장고' 눈길
효자 상품은 '오븐 듀얼 쿡 플렉스'
명품 주방 가구업체와도 협업
'스카볼리니', '루베'와 긴밀한 관계

17일(현지시간) 유럽 가정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 가전 유통 '미디어월드 체르토사(Media World Certosa)'. 국내 전자랜드나 하이마트가 연상됐던 이곳에서는 1층엔 모바일, 2층에는 TV와 생활가전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제품군이 판매되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유럽 특화 빌트인 라인업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은 이탈리아의 미디어월드 매장 중 삼성 제품 매출이 가장 큰 대표적인 유통 매장이다. 이탈리아 가전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가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잘 알고 많이 구입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17일(현지시간) 유럽 가정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 가전 유통 '미디어월드 체르토사(Media World Certosa)' 외관. [사진=한예주 기자]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유럽의 가정집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가전, TV, 모바일 등 제품을 전시하고 기기들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싱스로 서로 연결된 환경을 구현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스크린으로 다른 비스포크 AI 제품들을 제어하고, TV·스마트폰으로 보던 콘텐츠를 가전의 스크린으로 간편하게 이어볼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연결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이달 유럽에서 출시한 '빌트인 와이드(Wide)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다. '밀라노 디자인위크·유로쿠치나 2024' 기간 삼성전자 부스에서도 전시됐던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빌트인 냉장고 라인업 중 최초의 와이드 모델이다. 내부 용량은 기존 모델 대비 91ℓ 더 커진 389ℓ로, 와이드 빌트인 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이탈리아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의 가전 주재원인 석혜미 프로는 "이탈리아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집에 음식을 보관하는 양을 점점 늘렸다"며 "이탈리아의 집들은 층고가 상당히 높아 냉장고 사이즈를 위로 높였는데 2m가 넘어가면 손이 닿지 않자 옆으로 늘어난 냉장고가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유럽의 가정집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가전, TV, 모바일 등 제품을 전시하고 기기들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싱스로 서로 연결된 환경을 구현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사진=한예주 기자]

삼성전자는 유럽 시장이 에너지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셀링 포인트로 잡았다. 석 프로는 "기존 모델 대비 에너지를 55.9%나 낮춘 와이드 BMF 냉장고에 적용한 AI 인버터 컴프레서는 27년에 걸친 개발 역량이 결집돼, 이전 세대 대비 높은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냉장고를 포함해 이탈리아의 유통 채널들에 빌트인 오븐, 식기세척기, 쿡탑 네 가지를 패키지로 종합 주방가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유럽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가장 많이 도와준 효자 상품은 오븐이다.

석 프로는 "유럽 사람들은 집에서 라나쟈나 피자 등을 만들어먹기 때문에 오븐은 홈쿠킹의 허브가 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듀얼 쿡 플렉스' 제품을 통해 위에서는 로스트 비프, 아래에서는 디저트를 따로따로 쿠킹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오븐 비즈니스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달 유럽에서 출시된 삼성전자의 '빌트인 와이드(Wide)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오른쪽에서 두 번째 모델)와 일반 냉장고 모습. [사진=한예주 기자]

삼성 제품이 선택받을 수 있던 이유는 역시 품질이다. 석 프로는 "이탈리아는 빌트인 가전의 비중이 전체 가전 시장의 절반이 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빌트인은 특성상 매장에서 모델 교체가 어려운 데다 설치 용이성, 높은 품질 요구 등 신규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의 상위 기업 중 유일한 아시아 브랜드로서, 지난해 이 분야 12%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성장 동력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에서 지난해 세탁기 1위, 냉장고 1위를 기록하는 등 현지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3년부터 프리스탠딩 가전 시장 1위를 지켜온 데 이어 빌트인까지 포함한 전체 가전 시장에서도 2022년부터 1위로 올라섰다.

'삼성 오븐 듀얼 쿡 플렉스' 제품. [사진=한예주 기자]

삼성전자는 주요 명품 주방 가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같은 날 코르소 셈피오네 지역에 위치한 빌트인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스카볼리니'와 '루베' 매장을 방문해보니 쟁쟁한 현지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전시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이드 BMF 냉장고도 빌트인 형태로 각 회사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석 프로는 "삼성전자는 현지 주방 가구 5대 유통인 ▲스카볼리니 ▲루베 ▲베네타 쿠치네 ▲스토사 ▲아레도3 모두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스카볼리니는 삼성전자 제품을 1순위로 제안해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빌트인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루베' 매장에서 석혜미 프로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예주 기자]

디자이너들과의 직접적인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 키친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만 운영되는 사이트에서는 디자이너가 삼성전자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인보이스 등을 업로드하면 적립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키친 클럽에 등록돼있는 디자이너만 현재 1500명. TV와 가전, 모바일, IT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브랜드는 삼성뿐이라 디자이너들에게도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 빌트인 맞춤 라인업 도입, 빌트인 전담 영업조직 구축, 이탈리아 프리미엄 주방 유통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AI 기반의 스마트한 연결 경험과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은 1991년 설립됐으며, 밀라노와 로마 2개 거점에서 약 4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밀라노=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