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래왔듯이’ 10년 내내 내 곁을 지켰다 [내 인생의 오브제]

2024. 4.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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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늘의집 이승재 대표의 스탠드 ‘스탠바이미(Stand by me)’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의 첫 인테리어 소품 ‘스탠바이미’.
서울 사는 외삼촌이 조카에게 선뜻 내준 작은 방 하나. 이 방을 사촌과 둘이 썼다. 스물일곱 살, 사람들이 ‘꼭 한번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게끔 돕겠다는 마음으로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한 이승재 대표에게는 정작 자신만의 공간이 없었다.

서울대 창업센터에 마련된 8평 공간의 사무실을 두 개의 스타트업이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오래된 사무실과 집기를 바꿀 형편은 안 됐다. 변화를 주고 싶어 청록색 페인트를 사서 직접 벽을 칠했다. 이후 사무실에 놓을 소품을 찾아 가구 매장 이케아로 향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책상 위에 놓는 스탠드 램프였다. 2만원대 후반의 작은 조명은 2014년 창업 1년 차의 이승재 대표가 자신을 위해 구매한 첫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그는 ‘스탠바이미(Stand by me)’라는 이름을 붙였다. ‘항상 내 옆에 있는 스탠드’라는 의미다.

조명은 더 나은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소품이다. 들인 노력에 비해 가장 큰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조명 자체가 오브제로 활용되고, 여기서 퍼지는 빛의 색과 질감이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준다. 이 대표가 첫 소품으로 조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10년간 사무실을 일곱 번 옮겼지만 이름처럼 ‘스탠바이미’는 항상 이승재 대표 곁에 있었다. 창업센터에서 나와 낙성대에 얻은 사무실은 어두워 낮에도 스탠드를 켜야 했다. 밤 11시면 건물 전체가 일괄적으로 불이 꺼지던 이전 사무실에서도 그는 퇴근을 하는 대신 딸깍, 조명 스위치를 올렸다.

3명의 창업 멤버로 시작한 버킷플레이스는 650명의 직원과 함께하는 회사로 컸다. 이 회사의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은 누적 거래액 5조원에 달하는 ‘슈퍼앱’이 됐다.

사무실의 크기도 10년 전의 이 대표가 상상하지 못한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곳은 언제나 가로 120㎝ 크기의 사무용 책상 위 그대로다. 책상 위의 스탠드 역시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매일 이 자리에서 ‘데이원(Day1)’을 떠올린다고 했다. 아무것도 없었고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던 때, 하지만 매번 용기를 냈고 결국 해내던 시절이었다. “과거를 많이 돌아보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때그때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과 내일을 보며 앞으로 가는 편이지요. 다만 커진 조직에 대한 무게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날 때 데이원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때의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요.”

이 대표는 영화 ‘인터스텔라’ 속 대사를 원용한 “우리는 궁극적으로 답을 찾을 것이다(We ultimately find a way)”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의 10년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 끝에 답을 내왔다. 스위치를 켜면 캄캄한 방 안이 금세 밝혀지듯 말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스탠바이미’와 함께 밤이 늦도록 답을 찾는다. 언제나 그래왔듯이(We always have).

**인터스텔라 속 원 대사는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이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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