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사과? '개사과'에 이어 사과 개념 새로 써"

이영광 2024. 4. 20. 1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오준호 새진보연합 공동대표

[이영광 기자]

 오준호 새진보연합 공동대표
ⓒ 오준호 제공
전통적으로 대구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전석을 석권했다. 하지만 비록 낙선했어도 유의미한 득표를 한 후보도 있다. 오준호 새진보연합 공동대표다. 오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단일 후보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15.6%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역에서 오준호 대표를 만나 선거운동 이야기와 함께 선거 후 정국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오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완주한 소회가 어떠신가요?

"'험지 중의 험지', '보수의 아성' 대구 수성을에서 민주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해 15.6% 득표로 2위를 했습니다. 대구에 출마하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선거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변화의 바람이 대구에 불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높은 득표를 기대했는데, 그만큼은 못 얻어 아쉽습니다."

- 야권표가 갈라져서 20% 못 넘은 것 아닌가요?

"국민의힘과 1대 1로 붙었으면 좀 더 나왔겠죠. 개혁신당 후보, 무소속 후보까지 4자 구도였으니까 표가 갈라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야권표가 갈라진 것보다 큰 요인은 막판에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 결집이 강하게 일어난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여당 심판 여론이 커지면서 대구·경북은 그 반대로 보수가 결집했습니다."

- 왜 대구를 선택한 거예요?

"정치인으로 험지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는 전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 위해 범야권 연합정치가 이뤄졌잖아요. 대구는 연합정치가 모범적으로 진행되어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12개 지역구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대구 수성을은 새진보연합이 내는 후보를 단일후보로 정하기로 했어요. 이 선거의 위상을 높이고 범야권의 승리를 돕기 위해 당 대표인 제가 출마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수성구는 제 연고지입니다. 보수의 아성이라지만 제 고향인 만큼 여기 도전하여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대구, 변화 가능성 보여줘"

- 선거 운동은 어떻게 했나요?

"처음에는 TV 선거방송 토론회 참여를 얻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수성을에서 선거방송 토론회 참여 자격이 국민의힘 이인선 후보만 있었고, 이인선 후보가 타 후보와 방송토론을 하겠다고 동의하면 할 수 있었죠. 이인선 후보를 길에서 만나 요청하고 선거사무소에 공문을 들고 찾아가기도 했지만, 이 후보가 끝내 '부동의'해서 방송 토론회는 열지 못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발로 뛰며 유권자를 많이 만나는 거였죠. 이인선 후보는 어차피 될 거로 생각했는지 지역구 선거운동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서실장 노릇을 하러 타지에 가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지역구를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유세했습니다.

후보는 후보대로, 선본원은 선본원대로 시장과 주택가를 다니며 인사하길 몇 번이고 반복하니까, 처음에는 파란 옷 입은 쟤들 누구냐 하시다가 나중에는 '너희가 제일 열심히 한다'고 인정해 주셨죠.

마지막 날 자정까지 선거운동을 했어요. 범물역 막차에 내리는 유권자에게 인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강풍이 불고 꽃샘추위가 매서워서, 다른 선본원들은 10시쯤 돌려보내고 후보와 수행팀만 핫팩 손에 쥐고 12시까지 동아백화점 네거리에서 버텼어요. 드문드문 오가는 시민에게 인사하면서요. 밤 11시 넘어 어르신 몇 분이 한잔하고 지나가다가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 표는 드리겠소이다'하셨습니다. 너무 고마워 목이 메더군요."

-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일이 있었죠?

"선거 막바지에 여당 후보만 제외하고 나머지 세 후보 벽보가 담뱃불로 태워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선본이 발견해서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했고요. 여당 지지자의 소행이라고 짐작하지만, 이 일로 여당 지지자 전체를 비난하지 않았어요.

저는 유세에서 이 일을 언급하며 '대구 시민의 품격에 비춰 이 일을 저지른 사람이 대구 시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당 독점이 계속되는 한 이런 일탈행위가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변화에 용기 있게 투표해 달라'라고 호소했죠."

- 대구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밖에서는 대구를 보수의 텃밭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대구에서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 온 정당과 시민사회가 있습니다. 그 노력이 과거 김부겸 전 총리의 당선으로 나타났고 이번에는 대구 민주진보연합 후보단일화로 나타났습니다.

대구는 보수의 텃밭이 아니라 정치적 다양성의 텃밭이 될 수 있는데 지금껏 밭에서 나는 작물을 도둑질한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 도둑을 몰아내자고 정당과 후보들이 민주진보연합으로 뭉쳤고, 수성갑에서는 30% 이상 득표하는 등 선전했습니다. 이런 것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부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분명한 심판"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오준호 새진보연합 후보가 5일 수성구 동아백화점 수성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파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조정훈
- 다음에도 대구에서 출마하실 생각이에요?

"늦게 출마를 결정해 바로 선거운동에 집중하는 바람에 향후 계획은 깊이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새진보연합은 이번 출마로 맺은 관계와 정치적 자산을 잘 관리해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대구에서 성과를 내겠습니다. 대구에서 기초의원 배출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 당 차원의 준비를 잘하겠습니다. "

- 새진보연합의 선거연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기본소득당이 새진보연합으로 당명을 바꾼 건 윤석열 정부 심판과 국가 개혁을 위한 연합정치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당원들이 아끼는 기본소득당 당명을 내려놓고 새진보연합이라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새진보연합은 연동형 선거제 유지와 범야권 선거연합 결성 위해 노력했고, 범야권의 큰 승리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새진보연합이 비례연합정당에 추천한 용혜인, 한창민 두 분이 당선되어 차기 국회에서 기본소득 정치활동의 기반도 만들었습니다."

- 새진보연합이 민주당에 들러리 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큰 세력이 연대연합을 주도하더라도 정책을 같이 구성한다면 내용에서는 소수정당도 동등한 주체입니다. 저는 새진보연합 정책본부장으로서 더불어민주연합 공동정책을 민주당, 진보당과 협의하며 만들었습니다.

공동정책에 재생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실현, 대통령 중임제로 헌법개정 등 기본소득당의 요구를 포함시켰죠. 연합정치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책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도 거뒀다고 자부합니다."

- 위성정당에 참여하고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 낼 수 있을까도 의문이에요.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용혜인 의원이 민주당과 연합하여 국회에 갔지만, 기본소득이나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관해 때로 문재인 정부 기재부와, 때로 민주당 내 여러 국회의원과 싸움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정책 가치를 위해 필요하면 용기 있게 다른 목소리를 냈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 총선 결과 범야권이 192석을 석권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분명한 심판입니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야권 200석 직전에 딱 멈췄어요. 탄핵이나 거부권 무력화 의석수 직전에 멈춘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권의 견제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야권도 개혁 성과 없이 정부 실정에만 기댄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하신 걸로 해석합니다.

지난 국회도 민주당이 큰 지지를 받았는데 제대로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죠. 다음 국회에서 민주 야권은 반드시 민생 개혁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야권도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비공개 사과라는 말은 난생 처음"

- 21대와 정치 구도는 안 바뀐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조금 줄었지만,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약진했고 국민의힘 내에 원심력이 커질 것을 생각하면 윤석열 정권에겐 훨씬 불리해졌죠.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보수 대통령을 뽑고도 총선에서 야권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 운영 방향을 제시해 준 거라고 봅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불평등을 줄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투자하는 건 보수든 진보든 해야 하는 일입니다."

-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에 대한 사과 언급이 없었고 대변인 명의로 비공개 때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정치인이 비공식 사과를 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비공개 사과라는 말은 난생 처음입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개사과'에 이어 사과의 개념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조금도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업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대통령은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는데, 참모들은 국민 여론이 심각하니 뭐라도 액션이 필요하다고 하고, 대통령은 설득이 안 되고, 그러다가 궁여지책으로 흘린 얘기일지 모릅니다. 윤 대통령이 허락한 거라면 대통령의 인식이 절망적이고, 허락 없이 비선에서 흘린 거라면 권력 누수가 이미 시작된 것이죠."

- 지금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언제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채 상병 특검법, 21대 국회 안에서 통과시켜야 합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두려워 늦춰서는 안 됩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에서 이탈 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게 얼마나 될 것인지가 국민의힘이 앞으로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통화해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어떻게 보세요?

"우선, 야당과의 대화를 줄기차게 거부하다 그 불통 정치로 국민에게 심판받고 나서야 대화하겠다고 한 점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무총리와 장관 어느 하나 임명할 수 없으니 손을 내미는 것인데, 그럼에도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처음 인정한 것은 전향적인 변화이기에 환영합니다.

그런데 국정 쇄신의 핵심이 재정 기조 전환에 있는데도, 직전 대통령 국무회의 입장 발표를 보면 건전재정에 여전히 집착하며 재정지출을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는 등 인식 변화가 안 보입니다.

입장 발표로 정부의 기조를 먼저 정해놓고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한 것이라면, 만남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남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부자 감세 철회, 재정 기조 변화 의지를 먼저 밝히고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야당과 대화하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