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범죄인데 '심신미약 감경'이 웬말이냐"
[윤성효 기자]
▲ 여성의당 경남도당 등 단체들은 20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 폭행 사건’ 관련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의 집회’를 열었다. |
ⓒ 윤성효 |
"테러 범죄에 심신미약 감경이 웬말이냐.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남 1심 선고를 규탄한다."
여성단체들이 20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진주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 관련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의 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20대 남성은 2023년 11월 4일 경남 진주시 하대동 한 편의점에서 여성 아르바이트생한테 '머리카락 길이가 짧다(숏컷)'는 이유로 "페미니스트 맞지, 맞아야 해"라며 폭행을 가했고, 특수상해·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1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3단독 김도형 판사는 지난 9일 가해 남성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가해 남성이 주장했던 '심신미약'이 인정되었다. 앞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가해 남성과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은 앞으로 창원지법에서 열린다.
여성의당 경남도당 비상대책위원회, 경상도비혼여성공동체 위드(WITH),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김해여성회, 김해여성의전화, 디딤장애인성인권지원센터,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등 단체는 이날 창원지법 앞에서 1심 판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여성단체들은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가해 남성에 대해 '여성 혐오 범죄'가 인정되어 가중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성들은 "여성혐오를 심신미약의 사유로 감경시키는 악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2심에서 엄벌을 촉구한다"
앱스토어(닉네임) 위드 대표는 현장 발언을 통해 "법조계는 여성 대상 흉악범죄를 여성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여성들을 보호하라"며 "2심에서 엄벌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그는 "징역 3년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범죄의 피해자가 되도록 종용하는 판결이었다"라며 "폭행남의 만취, 조현병, 나이와 미래는 절대로 양형인자가 될 수 없다. 또 피해자의 성별, 외형, 가치관 중 그 어떤 것도 폭력을 당할 이유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의 이같은 온정주의는 여성을 향한 근거 없고 무차별적인 테러와 폭력을 막지는 못할지언정 판결로써 범죄를 권장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라며 "2심에서는 여성혐오 범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앱스토어 대표는 "여성 대상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 사회가 여성혐오와 여성폭력으로 얼룩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오늘도 우리는 운 좋게 살아 남았지만 여전히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성 대상 흉악범죄를 여성혐오범죄로 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혐오범죄를 비난할만한 동기로 적시하라"
여성의당 경남도당 등 단체는 현장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가해자는 '머리가 짧으니 페미'라며 상대를 구분해 폭행했고 폭행을 말리는 남성을 '남자인 당신이 왜 내 편을 안 드냐'며 인지 후 폭행했다"라며 "또 전자렌지에 휴대폰을 돌리는 등 휴대전화 포렌식을 방해하는 유명한 증거인멸 범죄수법을 실시하기까지 했는데 이것이 어째서 심신미약의 감경사유가 되는가. 정신이 똑바른 사람 아니고서야 이런 인지판단이 되겠는가"라고 했다.
이들은 "동기가 명백한 테러범죄를 감경요소로 '본인 책임 없음'이라 감히 명기하는 것은 추후 발생할 동류의 여성 혐오 범죄자들을 쉽게 풀어주겠다는 선언과 같다"라고 했다.
이어 "여성혐오적 동기를 심신미약의 상태로 간주한다면 수많은 테러범죄자들이 여성혐오범죄를 개인의 일탈로 변명할 것이다"라며 "재판부는 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끔찍한 테러범죄를 제대로 징벌하지 않은 책임을 져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 대해, 이들은 "양형가중인자를 모두 적용해라"라며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범행에 취약한 대상이다. 범행 장소인 편의점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업장으로 범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성이 있으며 노동자와 고객의 위계 관계가 성립되기에 대응에 취약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피해자와 관련해 이들은 "피해자의 증언을 똑똑히 들어라"라며 "피고의 심신미약만 헤아리지 말고 피해자의 심신미약을 먼저 생각해라"고 했다.
여성의당 경남도당은 "혐오범죄의 중대성을 방기하지 말라"라며 "날로 증가하는 데이트폭행, 디지털성범죄, 해당 사건인 여성혐오범죄를 어떻게 처벌하려는가. 책임 없는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를 시민들이 왜 신뢰해야 하는가. 사회계약의 신성함을 어긴 죄를 엄정히 따져 물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당신들 앞의 법전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여성혐오범죄를 비난할만한 동기로 적시하고 양형가중인자를 모두 적용해라", "피해자들의 양형증인신청을 받아들여 억울함을 잘 들어라", "가해자를 엄벌하여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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