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인데 게임 중독... 엄마와 아들은 위태로웠다
[김종성 기자]
"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지난 1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이혼 후 홀로 중1 아들을 육아 중인 엄마가 고민을 들고 찾아왔다. 엄마는 공부를 잘하던 영재 아들이 하루 아침에 달려져 자신을 향해 폭력 및 욕설을 한다며 침통해 했다. 가정폭력 문제로 경찰이 출동한 경우만 5번이라 하니 심각한 듯했다. 갈등의 주된 이유는 '게임'이었는데, 금쪽이는 게임을 못하도록 제지하면 급발진했다.
현재 금쪽이는 대안학교를 다니며 고등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었다. 또래보다 무려 3년을 앞서는 선행학습을 하면서 독학사(대학교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며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학 학원에서 테스트를 본 결과 생각보다 많이 틀리고 말았고, 엄마는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전화, 미디어, 게임에 치중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쏟아냈다.
엄마의 강요와 아들의 탈출구
집에 도착한 후에도 엄마는 오로지 공부 타령이었다.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한 후 테스트에 통과하면 게임을 해주기로 했지만, 갑자기 시험 범위를 변경해서 금쪽이가 문제를 틀리게 했다. 금쪽이의 항의는 통하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공부했음에도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금쪽이는 속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학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는 지금 다니고 있는 대안학교가 남들보다 빠른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는데, 명쾌한 대답은 아니었다. 오은영은 공부가 금쪽이가 가진 장점인 건 맞지만, 몇 년을 앞서가는 선행 학습을 할 때는 방향과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한 인간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엄마는 큰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금쪽이가 몰래 게임 중인 걸 발견한 엄마는 약속을 무시했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숨겨버렸다. 그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몸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금쪾이는 흥분 상태로 문을 발로 차고,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려 애썼다. 게임에 집착하며 위협적으로 변한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게임에 집착하게 된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할 게 없어서.. 왜 친구도 없는 데로 와서 날 외롭게 만들어." (금쪽이)
과연 게임 중독만이 갈등의 불씨일까. 금쪽이는 도서관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게임을 하다가 아예 PC방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가 급습해 금쪽이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금쪽이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금쪽이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쏟아냈다. 거짓말과 욕설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금쪽이를 내버려두고 귀가해버렸다.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은 게임 중독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게임을 하고 싶어서 무책임한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일종의 탈출구로 삼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행 학습에 전혀 동기가 없는 상태였다. 오은영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날 밤, 엄마는 잠든 아이를 깨워 비난을 쏟아냈다. 낮에 금쪽이가 했던 욕을 고스란히 들려주며 앙갚음했다. 화가 났던 건 이해가 되지만, 성숙하지 못한 태도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다음 날, 제작진에게 긴급하게 연락을 취한 엄마는 금쪽이가 자신을 때려 경찰이 출동했고, 현재 금쪽이는 분리 조치되어 쉼터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는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금쪽이를 데리러 쉼터로 간 엄마는 참담한 상황에 눈물을 흘렸다. 서로 보고 싶었던 마음을 전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드디어 소통이 되나 싶었는데, 엄마는 곧바로 지적과 비난을 이어갔다. 금쪽이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재회하자마다 다시 시작된 싸움에 엄마는 대화를 포기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엄마는 또 다시 공부와 게임 얘기를 반복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모자의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엄마는 금쪽이를 '게임 중독자' 취급했고, 집에 안 들어올 거라며 협박했다. 아직 어린 금쪽이에게는 너무 무서운 말이었다. 금쪽이는 밖으로 나가려는 엄마를 양팔 벌려 가로막았다. "왜 포기를 해, 고칠 생각을 해야지."라고 울부짖은 금쪽이가 애처로웠다. 하지만 엄마는 경찰을 부를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은영은 엄마의 대화 패턴이 있는데, 먼저 애정 어린 사랑을 준 후 대화를 회피하고 단절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금쪽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유일한 보호자인데, 엄마라는 생존의 동아줄이 언제 끊어질지 몰라 위태로울 것이라 설명했다. 엄마와 금쪽이는 '혼란형 불안정 애착 관계'였는데, 엄마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자리잡아 마음을 닫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있어 보였다.
성숙한 대화 방식
어려운 집안 형편 문에 서포트를 받지 못했던 엄마는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의 아픔을 되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하는 게 힘들다는 금쪽이의 말을 핑계라고 단정지었다. 또, 공부하기 싫으면 학교를 그만 두라고 급발진하며 게임 중독이라 몰아붙였다. 금쪽이는 복받쳐 오르는 설움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수긍 없는 안갯속 소통이 반복되면 아이들이 아파요." (오은영)
핵심은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이었다. 금쪽이는 외로운 생활 속 유일한 친구가 게임이라는 속마음을 밝혔다. 또, 엄마가 자신을 못 믿고 싸움을 이어갈 때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이 참아야 싸움이 끝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 엄마가 안쓰러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는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금쪽이의 진심을 확인한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모자 화해 솔루션 '건강한 모자 대화'를 제시했다. 대화 방식을 바꾸기 위해 상담을 받았고, '인정하기'를 통해 감정만 상하는 대화를 근절했다. 먼저 기분을 알려주고, 상황을 설명하는 식으로 대화 패턴을 바꿔나갔다. 하지만 갈등은 좀처럼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식사를 끝낸 후, 엄마는 자신만 노력을 하는 것 같다며 급발진해서 금쪽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심리 상담 센터를 찾은 모자는 심리극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언제나 희생해야 했던 엄마의 약한 모습을 처음 마주한 금쪽이는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혼자 짊어지기에 무거웠던 부모의 무게로 힘겨워했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다. 엄마는 금쪽이의 손을 잡고 변화를 굳게 다짐했다.
다시 모자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솔루션이 진행됐다. 엄마는 웃음 연습을 통해 소통에 박차를 가했고,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서 서로를 위한 책을 골라주기도 하고, 텃밭을 가꾸는 특별한 취미를 공유하며 즐거운 여가를 보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부모만이 줄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솔루션을 통해 다행히 모자 관계는 회복되어갔다. 하지만 엄마가 또 다시 자신의 결핍을 금쪽이에게 투영하며 '공부'를 강요한다면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자녀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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