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된 '마동석'... 그가 던져왔던 승부수
[김성호 기자]
메소드 연기, 한때는 연기의 방법론을 일컬었으나 어느덧 통상적인 연기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된 용어다. 배우가 있는 그대로 극중 인물이 되어 현실과 극의 경계를 좁히는 연기를 메소드 연기라고 말한다.
코미디 정도를 제외하고는 과장된 캐릭터 연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흐름 가운데 메소드 연기는 연기의 기본이자 중심이 되었다 해도 좋겠다. 메소드 연기가 중심이 된 영화판에서 훌륭한 배우란 옷을 갈아입듯 극중 인물의 인격을 갈아입을 줄 아는 이가 되었다. 다정한 이였다가 살인자였다가 프로 스포츠선수였다가 노회한 정치가가 될 수 있는 다채로운 인물이 좋은 배우라고 평가받는다.
▲ 성난황소 포스터 |
ⓒ 쇼박스 |
장르가 된 배우 마동석의 전성기
장르가 되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배우가 한국에도 있다. 마동석이 바로 그다.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2010년대 중반 들어 <더 파이브> <군도: 민란의 시대> <악의 연대기> 등에서 주연을 꿰찬 그다. 남다른 외모와 체형으로 한 번 보아도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킨 그는 2016년 <부산행>을 통해 마침내 탑배우의 반열에 올라선다. 파괴적인 액션에 더해 유머러스함까지 겸비한 그의 호감형 캐릭터는 갈수록 발전하여 형사액션물 <범죄도시>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로부터 지난 7년여의 시간은 마동석이 소위 마동석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며 제 캐릭터가 아직도 유효함을 확인한 시기라 해도 좋겠다. 2017년 <부라더> <신과 함께-죄와 벌> 2018년 <챔피언> <신과 함께-인과 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 2019년 <악인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시동> <백두산> 등에 출연했는데, 이토록 다작을 하면서도 연기변신이라 해도 좋을 만큼 캐릭터에 변화를 준 작품은 없다 해도 좋을 정도다.
▲ 성난황소 스틸컷 |
ⓒ 쇼박스 |
'범죄도시' 전성시대가 열리기까지
곧 개봉할 <범죄도시4>의 성패는 마동석 영화가 계속 관객의 앞에서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감독과 주연배우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편이란 얘기까지 나왔을 만큼 기대작이었던 <황야>에서 합을 맞추었고, 작품이 크게 실망스런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연이은 실패냐 또 한 번의 반등이냐를 가늠할 네 번째 속편은, 이토록 시리즈가 오래 이어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다.
2018년 작 <성난황소>는 오늘의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을 있도록 한 지렛대라 해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가장 전형적이라 해도 좋을 범죄물의 구성 위에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를 던져 넣어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특색을 세우려 했다. 수많은 범죄물이 범람하던 시대, 마동석 하나를 더한다면 관객을 매료시킬 만큼의 매력을 얻어낼 수 있는가를 확인하려든 것이다.
▲ 성난황소 스틸컷 |
ⓒ 쇼박스 |
장르물에도 승부수가 필요하다
이유는 바로 동철 때문이다. 귀가 얇고 정이 많은 동철은 주변인들에게 연거푸 사기를 당하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다하다 위장이혼까지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선택마다 잘 풀리지가 않아서 동철은 갈수록 지수 앞에 죄인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철 앞에서 지수가 사라진다. 집 안엔 깨지고 부서진 물건이 가득, 동철은 한 눈에 납치임을 알아본다. 그로부터 영화는 납치된 아내를 찾으려는 동철과 그녀를 납치한 납치범죄 집단의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 성난황소 스틸컷 |
ⓒ 쇼박스 |
평범해보이는 장르물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대를 쫓아 위험을 무릅쓰는 이의 이야기는 굳이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피해자를 희롱하고 시험하는 악당과 마동석이란 특별한 배우의 존재는 다른 데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결합이 자아내는 힘이 어떠한 것인지를 <성난황소>는 확인하려 한다. 그리고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겪어낸다.
같은 제작진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겹치는 배우들, 무엇보다 현격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 서사구조는 <성난황소>와 <범죄도시> 시리즈 사이에 생각보다 가까운 지점이 많음을 알게 한다. 두드러진 차이는 주인공이 경찰이 아닌 소시민이라는 것, 그리하여 그 액션이 폭발하는 동기가 저의 상실과 상처에 기인해야 한다는 점뿐이다. <성난황소>가 거둔 성공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일으키는 기반이 된다. 반면 실패는 바로잡아 <범죄도시> 시리즈가 더욱 단단해지는 방편이 되어준다. 즉 평범해 보이는 장르물도 약간의 구성 차이로 극명하게 결과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동석 영화의 주무기는 결국 배우 마동석일 밖에 없다. 압도적 힘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그의 모습으로부터 관객은 극적 쾌감을 얻는다. 그가 깨부수는 상대가 강할수록 쾌감은 더욱 커진다. 악역을 형성하는데 작품이 온 힘을 집중하는 이유다. <성난황소>는 적어도 그 대목 만큼은 충실히 수행해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로부터 가장 잘 이어받은 것 역시 바로 이 지점이다. 다가오는 <범죄도시4> 개봉에 앞서 <성난황소>의 가치를 돌아보는 건 그래서 흥미로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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