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파리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것은? [특파원 리포트]
오는 7월 26일, 100년 만에 다시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립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야외 개막식을 선보이는 등 올림픽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기대에 차 있는데, 한 세기 전에도 그랬습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대회로 평가됩니다. 그때 그 시절, 올림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올림픽 선수촌' 첫 등장…최초의 기록들
'올림픽 선수촌'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가 바로 1924년 파리 올림픽입니다. 이전 올림픽까지 뿔뿔이 흩어져 지냈던 선수들이 이때부터 특별히 만들어진 선수촌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죠. 당시 올림픽 주경기장이 파리 외곽 북서쪽 도시 '콜롱브'에 있었는데, 선수촌도 경기장 근처에 지어집니다. 선수촌에는 수도 시설을 갖춘 작은 목조 건물들과 함께 우체국, 신문 판매점, 환전소, 미용실, 레스토랑들이 있었습니다.
지금과 비슷한 폐막식 형식을 갖춘 것도 1924년 대회입니다. 이때부터 폐막식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기, 개최국 국기, 다음 개최국 국기 등 3가지 깃발이 게양됩니다. 당시엔 그 해 개최국인 프랑스 국기와 다음 개최국인 네덜란드 국기가 게양됐습니다.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이 분리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앞서 191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계 종목만 별도로 열기로 했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습니다. 이후 1924년 7월 하계 파리 올림픽에 앞서 그해 1월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대회가 제1회 동계 올림픽으로 인정됐습니다.
또 사상 최초로 라디오로 대회가 생중계됐습니다. 올림픽 취재를 공식 허가받은, 전 세계 언론인 7백여 명이 경기 상황을 처음으로 생방송으로 전했습니다.
■ 영화 '불의 전차'와 '타잔'
1924년 파리 올림픽은 이후 유명 영화와 배우도 탄생시킵니다. 198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불의 전차'의 배경이 1924년 대회입니다. 영화는 당시 올림픽을 준비하는 영국 육상 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육상 금메달리스트 에릭 리들과 해럴드 아브라함이 실제 주인공입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육상 선수 에릭 리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자신의 주 종목인 100m 경기가 주일인 일요일에 있다는 이유로 경기를 결국 포기합니다. 대신 400m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인물입니다. 또 유대인인 해럴드 아브라함은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겠다는 일념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됩니다.
미국 수영 대표팀 조니 와이즈뮬러는 1924년 파리 대회에서 수영 사상 최초의 3관왕을 달성하고, 세계 기록만 67차례 세운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선수를 더 유명하게 만든 건 따로 있습니다. 은퇴 후 할리우드 배우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와이즈뮬러는 1932년부터 1948년까지 12개의 타잔 영화에서 '타잔' 역을 맡아 유명세를 치릅니다.
■ 올림픽 종목에 미술 대회도?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파리 올림픽은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우선 여성 선수 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1924 대회에는 전체 3,089명 선수 중 여성이 135명에 불과했습니다. 다이빙과 수영, 펜싱, 테니스는 당시 여성 선수들을 위해 열린 유일한 종목이었습니다.
올해 대회에서는 10,500명의 선수가 경쟁하는데, 여성과 남성 선수 수가 동일합니다. 선수 수 측면에서 완전한 성 평등을 달성한 최초의 대회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올림픽 개최 기간과 종목도 차이가 있습니다. 1924 대회는 5월 4일부터 7월 27일까지 약 3개월 동안 펼쳐졌고, 17개 종목에 걸쳐 126차례 메달 결정전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대회는 약 보름간 개최되는데, 종목 숫자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총 32개이며 메달 결정전은 329차례나 열립니다.
1924년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던 테니스는 88 서울 올림픽에서 다시 돌아왔고, 15인제 럭비도 1924 대회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2016 대회에서 7인제 종목으로 복귀했습니다. 올해 대회에서는 브레이킹이 올림픽 무대에 첫선을 보입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미술 대회도 프로그램 일부로 구성됐습니다. 건축과 조각, 문학, 회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 부문에서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미술 대회는 1948년 이후 올림픽에서 사라집니다.
■ 100년 전 경기장 부활
1924 대회에서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린 주 경기장은 파리 북서부 외곽 도시 콜롱브에 있는 이브-뒤-마누아르 경기장입니다. 100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곳에서는 하키 대회가 열립니다.
1924년에 수영 경기가 치러진 '조르주 발레리' 수영장은 개조를 거쳐, 올해는 선수들을 위한 훈련장으로 사용됩니다. 이곳은 최초의 길이 50 미터 수영장이었습니다.
불명예스럽게 사라진 경기장도 있습니다. 1924 대회에서 펜싱 경기는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던 실내 경륜장, '벨로드롬 디베'에서 개최됐습니다. 이 경기장은 이후 비극적인 장소로 기억됩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7월, 파리에서 붙잡힌 1만 3천여 명의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되기 전 구금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1959년 이 건물은 철거됩니다.
올해 대회에서 펜싱 경기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 장소였던 '그랑팔레' 에서 펼쳐집니다. 이곳에서는 태권도 경기도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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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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