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뒤 곧장 대검찰청 향했다…檢 기소한 야권 14인 반격
검찰이 기소한 인사들이 4·10 총선에서 대거 생환하면서 거꾸로 검찰이 압박 당하고 있다. 제1·2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의 피고인 후보 15명 중 14명(93%)이 무더기 당선하면서다. 검찰이 죄가 있다고 보고 법정에 넘긴 이들 대다수는 검찰 개혁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
국회 대거 입성 野 피고인…곧장 대검찰청부터 방문
민주당은 총선에 출마한 피고인 후보 12명 중 경기 성남분당을에서 낙선한 김병욱 의원(패스트트랙 사건 1심 중)을 제외한 전원이 당선했다. 조국혁신당에선 피고인 후보 3인(조국·차규근·황운하) 모두 당선했다. 국민의힘에선 피고인 후보 13명 중 6명(46%)만 당선했는데, 모두 패스트트랙 사건 피고인이다.
야권은 선거 내내 ‘검찰 독재 타도’를 내걸고, 검찰 규탄 발언으로 선명성 경쟁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정부 심판론이 검찰 심판론과 엮이면서, 야권 인사의 기소 이력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인물도 당선된 걸 보면, 검찰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진보 진영에서 크게 낮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의 반격은 이미 예고됐다. 3개 재판부에서 1심 중인 이재명 대표는 선거 기간 중 법정에 무단 불참하며 “제 손발을 묶는 게 정치 검찰의 의도”라는 논리를 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문진석 의원(농지법 위반 2심 중)도 “이재명 수사는 검찰이 궁지에 몰릴 수 있는 검찰 리스크”라고 주장해왔다.
야권의 압승이 현실화한 후 공세는 더 거세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 3심 중)는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서울 대검찰청부터 찾아 “검찰도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뜨거운 심판이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은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차규근(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혐의 2심 재판 중)·황운하(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 2심 재판 중) 당선인도 함께였다.
민주당 피고인 당선인도 대검으로 달려갔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1심 중인 박범계 의원은 본인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소속 의원들과 지난 18일 대검을 찾아 “오만한 검찰 독재 세력이 야당 탄압하는 일 없도록 책임을 묻겠다”고 외쳤다. 이 자리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1심 중인 부승찬 당선인도 참석했다.
이튿날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3심 중인 이성윤 당선인이 이른바 ‘이화영 술판 회유’ 의혹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위원이 됐다. 같은 날 박지원(서해 공무원 피격 첩보 삭제 의혹 1심 중) 당선인은 YTN라디오에서 이화영 술판 회유 의혹 관련 “제가 특검 수사받아봤는데, 나 때 있던 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구나”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주도 검찰 개혁…檢·野 모두 정치적 논란 불가피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야권의 입법 행사도 본격화한다. 민주당의 각종 입법 활동을 지휘할 당 원내대표로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2심 중인 한병도 의원이 후보군에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으론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1심 중인 박주민 의원이 후보로 거론된다. 법사위는 검찰·법무부를 관할하는 상임위이자, 모든 상임위 중 입법 관련 권한이 가장 센 곳이다.
검찰이 기소한 인물이 검찰 개혁 관련 입법을 이끌게 되면, 입법권과 사법권 모두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거란 우려도 나온다. 야권의 검찰 개혁이 본인 수사에 대한 보복 또는 방탄으로 읽힐 수 있고, 반대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입법을 저지하려는 압박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밉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개혁을 하게되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검찰이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검찰개혁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이 사법부 판단을 고려하지 않고 투표해버리는 현상을 간과할 수 없게 됐다”며 “22대 국회에선 검찰의 기소가 정당했는지, 또는 국회의원의 검찰 개혁론이 진정성 있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친과 절친의 '잘못된 만남'…바퀴벌레 속 20대 여성 일기장엔 | 중앙일보
- 모텔서 나체·성관계 불법 촬영…236명 울린 중국인 감형, 왜 | 중앙일보
- 울다가 "엄마 언제 돌아가세요?"…의사 민망해진 날 생긴 일 | 중앙일보
- 한국 '미녀'와 '마녀'에 홀딱 빠졌다…지금 미국서 벌어진 일 | 중앙일보
- 박찬욱의 두 얼굴…잔혹한 영화 만들면서, 공포영화 못본다 왜 | 중앙일보
- 애나 키우라는 시모…"나쁜 며느리 돼라"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 [마흔공부⑤] | 중앙일보
- "스벅 왔는데 선넘었네"…대형 모니터 설치한 카공족 '충격' | 중앙일보
- 말 많은 AV 페스티벌 "취소 없다, 배우 2배 늘려서 6월 재추진" | 중앙일보
- "나도 사람"이라더니 부부 부패 의혹…이 나라 女정치인의 배신 | 중앙일보
-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반감기 하루 앞 비트코인 급락,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