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팀에 나타난 '해줘 축구'…황선홍호가 아닌 이영준과 김정훈이 이겼다

김희준 기자 2024. 4.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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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번 중국전 승리는 전술이 아닌 개인 역량 차이로 이뤄낸 승리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 B조 2차전을 치러 중국을 2-0으로 꺾었다.


경기 전에는 한국의 낙승이 예상됐다. 중국은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보다 한 수 아래에 있었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퇴장 변수로 10명이 싸운 일본에 단 1골도 넣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진 팀이었다. 중국을 이기지 못하면 2024 파리 올림픽에 갈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자격을 증명했다. 한국은 전반 35분과 후반 24분 이영준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중국을 2-0으로 제압했다. 중국은 경기 내내 한국 골문을 위협했으나 김정훈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영준(올림픽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이것이 전술적 승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패배에 가까웠다. 중국은 8강 진출을 위해 이 경기를 이기겠다는 각오로 촘촘한 수비와 함께 강한 압박을 들고 나왔다. 전방 압박을 거세게 펼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한국이 압박 지역으로 들어오면 여지없이 달라붙어 제대로 공격 전개를 할 수 없게 방해했다.


반면 한국은 수비와 중원, 중원과 공격의 간격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며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반전 패스맵만 놓고 보면 포백과 3선 중앙 미드필더 2명이 하프라인 아래에 있고, 스트라이커와 2선이 중국 골문 앞에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실제로는 3선 중앙 미드필더 2명마저 공을 받으러 내려가지 않는 이상 수비와 거리를 좁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더욱 롱패스에 공격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영준의 선제골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공격 기회가 오지 않았고, 되레 중국에 위협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했다. 전반 15분에는 센터백 서명관이 패스를 줄 곳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이 베흐람 압두웰리가 공을 가로챘고, 1대1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이 김정훈 골키퍼에 막혔다. 서명관이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선수 사이 간격이 다소 벌어져 어느 곳으로 패스를 하든 중국에 공을 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전반 15분부터 24분까지 단 9분 만에 네 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한국이 비워둔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했다. 특히 전반 18분 타오창룽이 오른쪽에서 2대1 패스를 전개해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까지 연결한 장면은 공수 간격이 촘촘하기만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격 상황이었다. 전반 24분에는 시에원넝이 시도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김정훈이 어렵사리 쳐내기도 했다.


후반에도 한국은 거듭 흔들렸다. 후반 2분 루안치룽이 보낸 롱패스를 부상 기미가 있던 서명관이 미처 잡지 못해 뒤로 흘렀고, 이를 류주룬이 쇄도해 잡았으나 이어진 터치가 너무 길어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후반 5분에는 압두웰리가 페널티박스에서 헤더를 하는데 수비가 아무도 달라붙지 않는 촌극도 벌어졌다.


후반 11분에는 황재원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높게 뜬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중국에 공격 기회가 넘어갈 뻔했고, 김정훈이 좋은 판단으로 뛰쳐나와 손으로 먼저 공을 건드려 기회를 무산시켰다. 후반 24분에는 황재원의 패스미스로 시에원넝이 공을 잡아 슈팅까지 시도했고, 이 역시 김정훈이 빠른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김정훈(올림픽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황선홍호가 승리를 거둔 건 온전히 이영준과 김정훈의 개인 기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영준은 자신에게 온 몇 안 되는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재주를 발휘했다. 지난 경기 후반 추가시간 머리로 결승골을 터뜨린 이영준은 이날 전반 35분 강상윤과 2대1 패스에 이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24분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완전히 속이는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이영준은 2경기 3골로 대회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정훈은 중국이 시도한 다섯 번의 유효슈팅을 모두 막아내는 수훈을 발휘했다. 정면으로 향한 공도 있었지만 김정훈이 좋은 위치선정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실점을 허용했을 장면도 한두 차례 있었다.


공수간격 조절은 한국이 8강 진출을 넘어 파리 올림픽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연령별 대회는 이른바 '체급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전술적 차이가 이변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왕왕 있는 곳이다. 특히 U23 아시안컵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달리 와일드카드가 없기 때문에 감독들의 전술적 역량이 더욱 진가를 드러내는 대회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을 보유해도 촘촘한 조직력과 함께하지 않으면 대회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날 일본은 물론 8강에서 만날 잠재적 상대인 카타르와 인도네시아 모두 단단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들이다. 황 감독은 공수간격 조율을 비롯한 전술 문제를 가다듬어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청신호를 켜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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