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매출 기록…'희망의 아이콘' 탄생의 주역, 마지막 출근길[일본人사이드]

전진영 2024. 4.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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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아픔 잊게 한 마스코트 '구마몬'
캐릭터로 구마모토현 연 1조5800억 매출
구마몬 만든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
15일자로 퇴임

후쿠오카 여행 다녀오신 분들은 검은 곰 마스코트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규슈 구마모토현의 '구마'가 일본어로 한자 '곰 웅(熊)'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착안해 만든 곰 캐릭터죠. 어딘가 멍해 보이는 표정에 엉뚱한 행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지역 캐릭터인데요.

차를 타고 떠나는 가바시마 지사를 쫓는 구마몬.(사진출처=FNN)

얼마 전 일본에서는 구마몬 기사가 정말 많이 쏟아졌습니다. 구마모토 대지진 8주기를 맞이한 데다, 당시 피해지역을 순회하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줬던 구마몬이 이번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며 구마모토의 부흥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는 구마몬을 탄생시킨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의 퇴임식이었습니다. '구마몬 상사'로 불리는 그가 퇴임하고 후배 구마몬이 지진 피해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습니다.

오늘은 한 주간 열도를 울린 감동 스토리인 가바시마 구마모토현 지사와 구마몬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구마몬은 2010년 탄생했습니다. 구마모토현을 포함한 규슈 신칸센 개통을 앞두고 관광객을 유치할 방법을 고안하다가 생겨났는데요. 당시 종착역이 구마모토가 아닌 가고시마가 될 수도 있고, 구마모토는 그냥 통과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컸다고 합니다. 신칸센이 뚫려도 별다른 지역 경제 발전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서, 구마모토현청에서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지역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의 프로필.(사진출처=가바시마 이쿠오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가바시마 지사의 리더십이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는 평소 "못 한다고 하지 마라. 접시를 깨라"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접시를 많이 깨는 사람은 설거지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일단 시행착오나 실패를 겪어도 좋으니 수없이 시도해보라는 뜻입니다. 이 좌우명을 우리나라 김흥식 전 장성군 군수에게 배웠다고 하네요.

구마몬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는데, 가바시마 지사는 구마몬을 구마모토현청의 영업부장으로 앉힙니다. 그리고 대도시보다는 지방 곳곳을 순회할 것을 당부하죠.

이런 상황에서 구마모토에는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닥칩니다.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이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이 발생한 날인데요. 14일 규모 6.5도의 지진이 발생한 뒤 16일 진도 7의 강진이 연달아 발생했죠. 사상자 1100명에 유적지인 구마모토성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를 낳았습니다.

지진이 났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일본 전역에서는 '구마몬은 무사하느냐'라는 아이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마모토현에는 대지진을 겪어 구마몬의 안위조차 걱정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었죠. 대피소에 피난해있던 아이들은 TV를 켜면 나오는 무서운 지진 피해 방송에 벌벌 떨었다고 하는데요.

서로 포옹하는 구마몬과 가바시마 지사.(사진출처=FNN)

구마몬은 직접 피해지역 피난소 순회를 돌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를 통해서 아이·부모 모두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뒤로 구마몬은 희망의 마스코트가 되죠.

그리고 지난 15일 구마몬의 직속 상사이자 아버지인 가바시마 지사가 무려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그는 퇴임식에서 "16년은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그 이상의 꿈으로 가득 찼다"고 밝혔습니다. 환송식에는 구마몬이 달려 나와 가바시마 지사와 포옹을 나누고, 마지막까지 손을 맞잡았는데요. 가바시마 지사는 "진심으로 안심하고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현청을 떠났습니다. 구마몬이 지사가 탄 차를 쫓아가다가 넘어지는 모습이 방송을 탔죠.

구마몬의 모습.(사진출처=X 구마몬 공식계정)

대신 구마몬은 직속 상사가 바뀌게 됐지만 계속해서 본업에 충실할 예정입니다. 구마모토 대지진 8주기를 맞아 구마몬은 구마모토현 농협조합과 함께 기시다 후미오 수상을 만나 수박 등 구마모토의 특산물을 직접 전달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직접 과일을 맛보고 "지진이라는 고난을 극복해 훌륭한 지역 특산물을 만들었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구마몬을 칭찬했습니다. 이 정도면 인사고과 최고점을 줘야 하는 영업부장이네요.

구마몬은 또 16일에는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복구 중인 구마모토성을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은 구마모토 지진으로부터 8년입니다. 부흥을 향해서 앞으로도 한마음으로 노력합시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구마모토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쿠마몬.(사진출처=X 쿠마몬 공식계정)

사실 지역 캐릭터 하나로 구마모토는 연간 1700억엔(1조58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공식 계정 팔로워만 80만명이 넘는데, 이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93만명)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숫자죠. 캐릭터 하나로 지역에 이렇게 많은 활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니, 참 좋은 홍보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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