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부활에도 하자가 있을까

2024. 4. 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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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 새 자동차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

부활에 어떤 하자가 있어 애프터서비스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부활은 하자가 없는 게 분명한데 문제는 있었다는 것을 성경이 전한다.

부활이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활을 허탄하게 들을 때 생기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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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피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의 작품 ‘그리스도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누가복음 24장을 모티프로 하는 그림으로 엠마오 길에서 부활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학 시절 새 자동차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 몇 번의 중고차를 거쳤고 아내가 공부하게 되어 남게 된 가족을 위해 산 새 자동차였다. 저렴하긴 했지만 힘들게 돈을 모아 산 차라 너무 행복했었다. 그때는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이라 방학에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갔다. 그런데 아파트 주차장에 자동차가 서 있던 자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차하던 자리에 기름 자국이 많은 것이다. 엔진오일이 누유된 것이다. 자동차에 결함 혹은 하자가 있었다. 자동차 운전하시는 분들은 안다. 이 증상은 잘 안 잡히고 완전하게 고쳐지지 않는다. 처음 마련한 새 차였는데 너무 속상했지만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 자동차의 결함이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 때문이었다.

어떤 것은 제품의 하자가 있으면 속상한 마음만 드는 게 아니다. 불안하고 염려가 된다.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 가지고 속상할 일이 있을까, 없을까. 부활은 우리 주님이 애프터서비스를 하셔야 하는 품목인가. 아니다. 부활에 어떤 하자가 있어 애프터서비스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부활은 완전하고 온전하다. 예수님의 부활은 어떤 염려를 만들어 내거나 어떤 슬픔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어떤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모든 결박을 푸시는 완전한 일이었다. 죽음조차 해결했던 것이 부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부활은 하자가 없는 게 분명한데 문제는 있었다는 것을 성경이 전한다. 누가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그날에 예수님의 제자 중 둘이 엠마오로 가고 있었다. 사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조차 만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엠마오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십자가가 부활로 돼야 하는데 십자가가 엠마오로 변질하는 일들이 우리 가운데 일어나곤 한다는 것이다.

엠마오가 나쁜 곳일까. 아니다. 예루살렘에서 25리쯤 떨어진 곳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 도시 이름을 히브리어 ‘하맛’에서 온 것으로 ‘따뜻한 목욕장’으로 해석한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도 엠마오는 치료의 명성이 있는 샘으로 순례자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주후 5세기 교부 히에로니무스의 기록에서도 고대 근동의 치료 명소로 ‘엠마오’라는 이름이 등장할 정도로 근사한 곳이었다.

이 여로에서 빠진 것은 딱 하나이다. 부활이다. 사실 엠마오는 부활 빼고 다 있는 곳이다. 바꾸어 말하면 심각해진다. 결국 엠마오는, 사실은 부활을 허탄하게 듣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엠마오로 가는 도상에서 두 제자는 슬픔의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을 주석가 바클레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엠마오는 석양을 향해 가는 길이다. 엠마오는 지리적으로도 예루살렘으로부터 석양을 향하고 있었고, 영적으로도 석양을 향하고 있었다. 두 제자는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불신과 절망 가운데서 슬픈 빛을 띠고 석양을 향해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참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다. 무신론의 시대에, 무신론으로는 이 특별한 시대를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한다. 많은 사람이 엠마오에서 위로받고 소망을 가지려고 하지만, 슬픈 빛의 자리에 여전히 머물러 있음을 본다. 부활이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활을 허탄하게 들을 때 생기는 문제들이다. 이제 1년의 절기 가운데 부활 이후의 시간을 살아간다. 어디로 발걸음을 향하는지 우리 모두 점검해 보아야 할 때이다.

전창희 목사(종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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