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전격 발표…윤 대통령·이재명의 '동상이몽' [정국 기상대]
총리 지명시 '협력 약속' 받으려 들 듯
李, '군소 야권주자'로의 시선 분산 차단
민생회복 지원금 의제 삼는다면 '난항'
윤석열 대통령과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주 첫 영수회담을 갖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영수회담의 의제와 형식 등을 둘러싸고 실제 성사 때까지 신경전이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보인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후 이 대표와 통화를 갖고 내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 이 대표 또한 초청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의 통화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4~5분간 진행됐으며, 통화 사실에 대한 브리핑은 대통령실과 민주당에서 오후 4시에 동시에 이뤄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윤 대통령이 오후 3시 30분 이 대표와 통화를 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고, 민주당 후보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다음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며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는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오후 1시 무렵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했고, 그 결과 양측이 시간을 조율해 오후 3시 30분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날 동일한 시각, 국회에서 민주당 출입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다음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재명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의 어려움이 많으니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한다. 민생이 어렵다는 말로는 모자랄만큼 국민은 하루하루가 지치고 고된 상황"이라며 "여야 없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국민을 위한 담대한 대화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영수회담의 전격적인 발표로 윤 대통령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던 인사 정국으로부터의 화제 전환을, 이 대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야권내 시선이 '2~3위권 인사'들에게로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정치권내 최대 관심사는 조국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첫 '공조'였다. 두 사람은 영수회담이 발표되기 30분 전 국회에서 만나 '채상병 특검법'의 21대 국회내 조기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섰다. 각각 12석·3석 정당의 당수지만 두 사람이 연대해 반윤(반윤석열)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조국~이준석 공조'로부터 불과 30분 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여야 영수회담이 전격 발표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다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에게로 돌아왔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양측 모두 적지 않은 소득을 올렸다는 평가다.
다만 양측이 영수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회담의 형식과 의제 등을 둘러싸고 내주 실제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주말휴일을 포함해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 1인당 25만원씩 나눠주자는 이른바 '민생회복 지원금'을 민생 현안의 핵심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순직·양평고속도로 의혹·명품백 의혹·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국회 통과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주문할 가능성도 높다.
이 대표는 이날 영수회담 사실 발표 직후 유튜브로 중계된 '당원과의 만남'에서 '민생회복 지원금'과 관련해 "민생경제 회복 노력이 이번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며 "윤 대통령과 통화를 해서 만나는데, 그 때 얘기를 나누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채양명주'를 비롯한 권부 핵심의 의혹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위대한 대한민국을 되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수회담의 다른 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셈법은 전혀 다르다. 영수회담 제안에 앞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권영세 의원 등과 회동하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 윤 대통령은 당면한 인적 쇄신과 관련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 대표의 협력 약속을 받아내는 게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가 빨리 이뤄졌으면 통화도, 만남 제안도 빨리 했을 것 같은데 좀 늦어진 감이 있다"며 "인사 때문에 (영수회담을) 한없이 늦출 수는 없기 때문에 통화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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