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시장을 지배했다…이스라엘 보복, 코스피 장중 3% 급락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재보복 공격 소식에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코스피가 장중 3% 이상 하락했고, 달러당 원화값은 다시 1390원대로 미끄러졌다. 국제유가도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불안이 시장을 지배했다.
1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42.84포인트(1.63%) 하락한 2591.8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전일보다 81.15포인트(3.08%) 하락하며 2553.5까지 하락했지만, 장 후반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도 이날 전일보다 13.74포인트(1.61%) 하락한 841.91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도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보다 9.3원 내린(환율상승)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전일보다 20원 가까이 내리며 1392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66%), 대만 자취안 지수(-3.8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9%)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특히 닛케이225 지수는 장중 3.5%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재보복 공격을 가했다는 주요 외신들의 보도 이후 요동쳤다. 미국 ABC 방송은 “이스라엘 미사일들이 이란의 한 장소를 타격했다고 미국 당국자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을 공격했다며 지난 13일 이스라엘에 대규모 심야 보복 공습을 단행한 지 6일 만의 재보복 공격이다.
중동발 불안감이 커지며 국제유가는 치솟았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때 전일보다 3% 이상 오르며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분의1을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 중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1.9%(2023년 기준)로 높은 편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물가 상승을 자극해, 고금리가 상당 기간 더 이어질 수 있다. 중동발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금값도 온스당 다시 2400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이란이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증시가 낙폭을 만회하는 등 시장의 공포는 다소나마 진정됐다. 국제유가도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기준 배럴 당 87.2달러(브렌트유)로 소폭 하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보도 전후로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지만, 이후 이란이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중동 분쟁 확대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다소 완화된 것 같다”며 “중동 분쟁의 향방을 예상하긴 힘들지만, 갈등이 더 고조되지 않는다면 환율 등의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의 부담 요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매파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세마포(Semafor) 세계 경제 서밋’에서 “금리 인상은 기본 입장은 아니다 ”면서도 “데이터가 우리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 관련주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대만 TSMC는 18일 실적을 발표하며 스마트폰용칩 부문 부진 등을 이유로 반도체 시장 전망을 소폭 하향했다. 이에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6.72% 하락했고, 삼성전자(-2.51%)ㆍSK하이닉스(-4.94%)ㆍ한미반도체(-4.35%) 등도 동반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정부 움직임도 바빠졌다. 미국 출장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 D.C.에서 화상 연결로 긴급 대외경제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최 부총리는 “에너지와 수출입, 공급망 등 직접적인 차질은 없으나 주말에도 비상 대응반을 계속 가동해 밀도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94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안효성·김남준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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