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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2024. 4. 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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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정신질환 당사자와 박승원 광명시장의 만남

[도토리 기자]

안녕하세요.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회원이자,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도토리입니다.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 2008년 4월 17일 개소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센터는 아동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서비스(검진, 평가, 상담 등)와 지역 시민을 위한 다양한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적응 및 직업재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습니다.

그중 앞서 소개드릴 사업은 '당사자 주도 인식개선 사업'입니다.

정신질환자들은 부정확한 정보, 편견들로 인해 사회 적응과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광명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는 이러한 문제 해소에 앞장서는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으로는 당사자들의 회복, 일상을 담은 '조현한 생활' 팟캐스트 채널 운영, 정신건강 분야 일자리 인터뷰지 '일(work)터뷰' 소식지 배포, 인터넷 신문사에 회복 수기 송고 그리고 정신질환과 관련된 미디어 모니터링 및 시정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주민 대상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기관 방문, 외부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식개선 활동가들은 지난 8일,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박승원 광명시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강화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날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당사자 인식개선활동가와 박승원 광명시장의 인터뷰 현장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 시장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광명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당사자 활동가입니다. 평소 시장님께 궁금점이 많았는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인터뷰를 준비했는데, 돌아가면서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장님께서는 평상시에 정신건강 관리 혹은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제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는 수면, 독서, 산책 등이 있어요.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는 심리학 책을 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심한 운동보다는 산책을 하는 편이에요. 가볍게 걸으면서 마음과 몸을 정돈하려 합니다. 그리고 힘든 일들이 계속 겹쳐서 속상한 날에는 수면을 취해요. 자고 나면 조금 개운해지기도 하고, 꿈속에서 힘든 일을 해결해주기도 해요. 마지막으로는 저희 집사람이 알고 있는 사안이라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스트레스 받는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렇게 해소 방안을 나눠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 10월에 마음건강센터 개설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음건강센터가 생김으로써 저희 당사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당사자 가족 대표님께서 저에게 '공간이 좁아요. 조금만 더 넓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방법을 찾다가 지금의 광명종합사회복지관을 새롭게 리모델링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밖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활동을 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요. 그래서 마음건강센터가 개소됨에 따라 '새롭고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는 장이 되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 저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자 편견 해소를 위해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으로 팟캐스트 '조현한 생활'을 운영하고 있고, 인터넷 신문에 저희의 회복 수기를 올리거나 정신건강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광명시 내에서 인식개선 활동을 홍보할 수 있는 자원이 있을까요?

"오늘부터 저희 홍보기획과 직원들과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관심은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홍보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더 연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홍보기획과 직원들이 홍보에 있어서는 전문이기 때문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많을 수 있어요. 광명시 유튜브도 있고 그래서 나중에 담당자들이 저에게 '당사자분들과 유튜브 한 번 같이 찍죠'라고 제안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같이 유튜브 찍어봅시다. 여러 방식으로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저희 정신질환 당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나라도 더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나이 70세가 넘어서도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현재 삶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정체된다는 것은 퇴보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새로운 생각과 활동을 고민합니다. 저도 용기가 부족해서 매일 새로운 것을 해내지는 못해요. 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것 말고 또 다른 영역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러분들도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 하더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시도해봄으로써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거듭되는 도전을 통해서 어느 순간 성장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 시장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시장님께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을 격리하거나 멀리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걸 널리 알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그런 정책을 더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구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바른 시선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을 떨쳐내고 가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팟캐스트에 올리는 영상들을 제 가족들에게 들려주지 못합니다. 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부모님께 상처가 될까, 친척들이 나를 망신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이러한 어려움이 줄어들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제 친구의 자녀가 치료를 받게 돼서 장애 등록을 권유한 적이 있는데 거부하더라고요. '내가 애를 잘못 키운 건 아닌가', '장애 등록을 하는 순간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라는 걸로 낙인을 찍진 않을까'하는 자책감과 우려가 장애 등록을 망설이게 되는 원인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저도 했기에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 일자리를 더욱 특화되게 역량을 높인다면 본인과 가족들의 자존감도 더 높아질 수 있어요. 그런 노력을 함께 해주시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선생님들과 지속적으로 상의하면서 인식개선을 위해 돕겠습니다."

- 네. 시장님 저희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까지 와주셔서 목소리를 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노력하겠습니다."
  
 당사자 인식개선활동가를 응원하는 박승원 광명시장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박승원 광명시장은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객관적인 자료보다 당사자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가들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어떤 것들을 느꼈을까요?

다음은 박승원 시장과의 인터뷰 후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가들이 밝힌 소감입니다.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가와 박승원 시장의 기념사진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시장님과의 인터뷰는 어떠셨나요?

- 팡팡: 시장님께서 '도전이 중요하고 정체는 퇴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체중 관리나 컴퓨터 공부와 같이 사소한 것이라도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시장님과의 시간을 통해서 저희들의 마음을 전달할 수도 있었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까남이: 시장님께서 저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고,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들의 이야기에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도와주시려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 별이: 시장님을 직접 보게 되어 너무 떨렸습니다. 긴장돼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렇게 시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겪지 못할 값진 경험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형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인터뷰였음에도 모든 답변을 신중하게 답하는 시장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자신의 병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말에 진심으로 화답하며, 공감을 표현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주체적으로 움직일 때, 그 자리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음을 시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 기간부터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사자 인식개선 활동가들에게는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이 헛되지 않게 인터뷰 자리에 응해주신 박승원 시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귀 기울여 주신 덕분에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목소리를 내어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인식개선 활동가들은 정신질환 편견 해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저희들의 열정과 도전에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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