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논란 왜 대응 안했나" "참담"…與 낙선 120명 분노 터졌다

김효성, 김한솔 2024. 4.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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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우리는 속절없이 꺾였다. 그때 당은 무엇을 했나.”(윤희숙 전 의원)
“며칠 전 당선인 총회는 화기애애했다는 얘길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과연 이게 맞는 거냐.”(이재영 전 의원)

22대 총선을 치른 지 9일이 지난 19일 국회 본청 246호에선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가 열렸다. 총선에서 떨어진 120여명이 참석했다. 당 개선방향을 듣기 위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마련한 자리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6명이 연이어 발언했고, 듣는 이들도 웃음기 없는 얼굴에 입술을 꾹 다문 채 앉아있었다. 서로 얼싸안고 미소를 머금은 채 당선을 자축했던 16일 당선인 총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들이 포문을 열었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낙선한 윤희숙 전 의원은 “돌이켜보면 갑자기 지지율이 휘청하는 순간이 있었다”며 “이종섭 전 호주대사와 대파 논란이 각각 불거졌을 때인데 그때 당은 아무런 수습도 안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서울 강서갑에서 패배한 구상찬 전 의원은 “중앙선대위에 네거티브 대응팀이 없다 보니, 각종 논란에도 즉각적인 대응을 못 해 여론이 악화했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일부는 “여의도연구원이 자체 여론조사를 한 번도 우리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 그게 있었다면 선거전략을 수정했을 것”이란 말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낙선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윤재옥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과정이나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비민주성 등이 누적되면서 심판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화성을에서 패배한 한정민 전 후보는 “시민들이 ‘대통령실은 왜 그 모양이냐’고 따져 물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죄송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유세 기간 내내 사죄만 하다가 끝난 선거”라고 토로했다.

서울 광진갑에서 낙선한 김병민 전 후보는 “4년 전 처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선을 이길 수 있었다”며 “그 정도의 처절함이 없다면 다음 지선과 대선을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김기흥 전 후보는 “이재명·조국 같은 사람에게조차 우리가 패배했다. 그런 상황을 만든 것에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며 “우리는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며 5분 남짓한 발언 시간 내내 펑펑 울었다.

경기권의 한 낙선자는 “만약 제가 가족만 없다면 자결했을 정도로 참담하다”라고까지 했다. 간담회 분위기가 가라앉자 한 호남권 낙선자가 “패배감에 빠질 필요도 없고 대통령을 비난할 이유도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공기는 무거웠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경기 수원정에 출마했던 이수정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담회에선 당원 투표 100%로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선출방식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주로 민심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쪽이었다. 서울 강동을에서 낙선한 이재영 전 의원은 “총선 패배로 윤심·당심과 민심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당원 대 일반여론조사 비율을 7대3, 5대5 정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패배한 김영우 전 의원은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야당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고 민생입법을 챙겨야 한다”며 “관리형 비대위로 가서는 차기 전당대회가 지난번처럼 ‘윤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형인 ‘윤재옥 비대위’ 체제 전환에 브레이크를 건 모습이다.

원외조직위원장들은 간담회 후 결의문을 통해 ▶당의 쇄신 ▶민생정당화 ▶청년정치인 양성 등을 밝히며 카메라 앞에서 20여초간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한 참석자는 “사과를 한들 민심이 돌아오겠느냐. 행동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오늘 나온 말들이 다 허투루 지나갈까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윤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겠냐”며 “22일 당선인 총회를 한 번 더 하니 그때 비대위 형태를 어떻게 가져갈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주 중 낙선자들과 오찬 회동을 한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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