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본토 보복공격…美 "핵시설은 목표 아니다"

김상진, 박형수 2024. 4. 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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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을 보복 공습했다.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지 6일 만이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 이후 양국 간 군사적인 충돌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번 공습에 대응해 이란이 또다시 보복에 나서거나,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이란의 미사일 사진이 담긴 반이스라엘 현수막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CNN 등은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중부 이스파한 지역의 군사시설을 목표로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복수의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에 대한 첫 번째 군사적인 대응을 했다”고 이번 공격을 인정했다.

일부 외신은 이란 현지에서 나오는 정보를 토대로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에 무인기(드론)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NYT에 "공격에 사용된 드론이 이란 내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파한에서 북쪽으로 약 800㎞ 떨어진 타브리즈 지역에서도 소형 드론을 격추했다"고 말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내 복수의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330여기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나서자 수차례 전시 내각을 소집하고 ‘보복’을 대내외에 선언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보복할 것인진 밝히지 않았었다.

이스라엘이 이날 새벽 4시쯤 공습한 곳은 이스파한 공항 인근의 공군 기지다. 이란군은 “미사일 방어체계가 모두 막아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격 규모나 피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외부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계획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란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공격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한때 이란 영공이 폐쇄되면서 항공기들이 회항하거나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하지만 상황 해제 이후 운항을 재개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전했다.



"이스파한은 이란 핵개발 중심지"


이스파한은 연구용 원자로 등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곳이다. 이와 관련, 마크 키미트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BBC에 “이스파한은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의 중심지”라면서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란의 미사일이 아닌 핵 능력이기 때문에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란도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공습 전날에도 아흐마드 하그탈라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핵안보 담당 사령관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그들의 핵시설도 첨단 무기로 고스란히 보복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김영옥 기자

하지만 이날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 이후 미 정부 관계자는 “핵시설은 공격 목표가 아니었다”(CNN)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이란 핵 시설에 피해가 없었다”며 “상황을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다른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공습한 공군 기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시작된 곳”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격이 ‘보복 차원’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습 목표를 선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의 공습일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85세 생일이란 얘기도 나왔다.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이란의 최고 지도자 역할을 해온 중동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통치자다.

이와 관련, 미국은 공습 전날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24~48시간 이내에 보복 작전에 나설 것”이란 내용을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사전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공습에)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대응을 지지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진행 중인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이 오늘 회의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마지막 순간에 드론 공격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고 G7 외교장관들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그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그것은 단순한 정보였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공습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대응 및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원 등 중동 상황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 이스라엘 측이 미국에 보복 공습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공격했을 당시엔 미국은 겨우 몇 분 전에야 사전 통보를 받았다. 이틀 뒤 오스틴 장관은 갈란트 장관에게 "이스라엘의 공격은 해당 지역에 있는 미군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스라엘이 미국에게 군사 정보를 더 자세히 공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한적이면서 비례적인 대응"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과 관련, 전문가 사이에선 “제한적인 형태의 ‘팃포탯(Tit-for-Tat)’ 보복에 나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선언한 만큼 이스라엘도 이란처럼 민간인 피해가 없는 군사적인 목표물만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외에 무력한 모습을 피하기 위해 제한적이면서 비례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육군참모총장이 군 장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할레비 총장 뒤편에 F-35 스텔스 전투기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이란 공습과 비슷한 시각에 시리아 남부의 아스-수웨이다 지역,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지역 등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보이는 공격이 있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이란으로부터 군사적인 지원을 받는 민병대 등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스라엘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 정부 관계자는 ABC 방송에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시설도 타격했는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확전 양상에 따른 지역 정세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날 "이스라엘 관련 군사 및 테러 공격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있는 호주인들은 안전하다면 이스라엘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군사 공격으로 인해 영공 폐쇄, 항공편 취소 및 우회, 기타 여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루살렘 주재 미국대사관도 이날 예루살렘, 텔아비브, 베르바셰 지역 외곽 등으로 여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또 이날 영국 보안업체 앰브리는 "아라비아만과 서인도양을 통과하는 상선들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몇 시간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이스라엘 관련 상선을 나포한 적 있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 건설사들도 직원 철수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발전 기자재 업체 BHI와 하청업체 직원들은 발전기 시운전이 끝나는 대로 이스라엘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란에는 한 건설사가 직원 1명을 두고 있는데, 이번에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모두 87곳이다.


"미, 이스라엘에 무기 추가지원"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에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이상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했다. WSJ는 이날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7억 달러 규모의 120mm 전차 포탄과 5억 달러 규모의 전술 차량, 1억 달러 미만의 120mm 박격 포탄 등을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지원안은 미 의회에 계류 중인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과 별개로 논의되는 사안이다. 미 하원은 260억 달러(약 35조8800억원)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을 우크라이나·대만 지원 예산안과 함께 20일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

김상진·박형수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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