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1당? 범야권 200석? 총선 예측 틀린 이유

곽우신 2024. 4.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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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여론조사·출구조사 정확도 떨어져... 수도권-낙동강벨트 가른 차이는?

[곽우신 기자]

▲ 고개숙인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정권심판론은 거세게 불었고,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원톱' 효과는 빛이 바랬고, 끊이지 않고 터지는 용산 대통령실발 악재는 결국 국민의힘을 재차 침몰시켰다.

그러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빗나간 분석이 다수였다. 국민의힘이 제1당을 탈환할 것이라는 예상은 물론이고, 범야권이 200석을 달성하며 국민의힘 의석이 100석 미만일 것이라는 예측도 적중하지 못했다. 방송 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역시, 18개 지역구의 1위 예측 결과가 뒤집혀 신뢰도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JTBC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메타보이스와 함께 분석한 예측조사가 그나마 준수한 정확도를 보였으나, 애초에 범위 설정이 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정치 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왜 이번 선거에서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일까?

민주당 지지층 과표집과 샤이 보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총선 기간 동안 여러 여론조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내용이 있다. 바로 '표본'을 모으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중 일부는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조사가 많았다"라며 "500 샘플을 표본으로 모으면 처음부터 오차범위가 클 수밖에 없는데다, 표본을 모으는 과정에서도 악조건이 너무 많아 무리하게 진행된 조사들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2030세대(만 18~39세)의 경우, 아예 여론조사 기관의 전화 수신을 거부하는 등 응답률이 떨어지다 보니 적절한 숫자의 표본을 채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 성향이 강한 4050세대와 국민의힘 지지층이 더 많이 몰려 있는 60대 이상의 대결 양상 속에서, 2030세대의 투표 의향은 오히려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조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에 본인의 연령 등을 '속이고' 응답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 문제로 경선 기간 동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비슷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정 세대의 여론조사 응답이 다 찰 경우, 더 이상 조사를 받을 수가 없으니 나잇대를 속여서 응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소위 '오염된 표본'이 실제 어느 정도나 되는지, 여론조사 결과 값에 영향을 미칠 수준인지는 정확히 확인되기는 어렵다. 

진영에 따른 편차도 분명히 존재했다. 특정 진영에 악재가 잇따르면 해당 진영의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응답에 소극적이고, 반면 활성화된 상대 진영 측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보니 특정 진영의 정서가 과도하게 표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총선 막바지에 이른바 '샤이 보수' 현상이 두드러졌고,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은 다소 과대 표집됐다. 특히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나 여론조사 주관 업체에 대한 '하우스 이펙트'(여론조사 의뢰 기관의 성향에 따른 결과의 편향성을 일컫는 말)까지 작용해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밑바닥의 민심과는 동떨어진 데이터들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 데이터를 '보정'해서 해석해야 하는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지역구별로 '샤이 보수'층은 얼마나 되고, 이들이 투표에 얼마나 나올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함수가 복잡해진 것이다. '파 한 단 875원'과 같은 이슈의 여파 또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들어서면서 얼마나 지지층을 흔들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보수층 결집한 낙동강 벨트, 문재인 전 대통령 때문?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강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후보와 함께 가덕도신공항 대항지구보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24.4.8
ⓒ 연합뉴스
 
방송 출고조사 1위 예측 조사결과가 틀린 18개 지역구 중에서 민주당 우세로 나왔으나 국민의힘이 당선된 곳은 16곳에 이른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이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뒤바뀐 지역이 6곳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소위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부산·경남 지역구 일부에서 보수층이 확실히 결집한 것이다. 그 결과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은 17대 1로 참패했다.

보수층 결집에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범야권 200석'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공포 마케팅'을 한 게 주효하게 먹혔던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 저지선을 사수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 것. 여기에 공영운·김준혁·양문석까지 민주당 후보들의 막말과 각종 논란도 작용했다. 공영운 후보는 낙선했고, 김준혁·양문석 후보의 경우 당선증은 받게 됐지만 다른 지역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오마이뉴스>에 "세 후보와 관련된 논란의 경우, '정권심판론'이라는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러나 일부 논란은 사실로 확인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민주당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등판이 도리어 낙동강 벨트에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평론가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에게 해가 됐다는 지적도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범야권이 200석을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다른 데서 찾으려는 일부 강성 지지층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건영 메타보이스 대표는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는 국민의힘 목소리가 똑같이 작용했다면, 다른 지역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여야 하는데 충청도와 경남 지역의 반응이 달랐다"라며 "두 지역의 차이점을 만든 요소가 무엇일까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등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전임 대통령은 회고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면서 "이미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로 심판 받은 인물이 재등장하는 게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구, '정권심판론' 안 먹혔다 
 
▲ 축하받는 김재섭 당선인 보수 정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도봉갑에서 승리한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이철규 의원에게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입장하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 남소연
 
수도권 지역구 일부의 경우에도 변화가 있었다. 서울특별시 마포갑과 도봉갑, 동작을,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을 등의 지역구를 꼽을 수 있다. 민주당이 수성하거나 혹은 탈환을 기대했던 지역구들이고, 여론조사 추이와 출구조사 결과도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깃발을 꽂게 됐다.

이강윤 평론가는 "본래 부동산·재개발 이슈에 민감한 분당 지역이라든가, 원래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동작을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가져오는 게 더 뉴스가 되는 곳"이라며 "이재명 대표까지 직접 나서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까지 등판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기대감이 너무 높아진 탓이지, 국민의힘이 수성한 게 그렇게 이상한 지역구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정권심판론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부는 '밭'의 특성을 지적하면서, 바람만으로 선거가 가능하지는 않음을 이야기한 셈이다.

반면, 마포갑이나 도봉갑의 경우에는 민주당 수성이 가능했음에도 국민의힘이 '인물론'으로 승부한 게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정권심판론에만 기댄 탓에 일부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밀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공천' 문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박건영 대표는 "공통적으로 새롭게 내려온 후보가 기존 현역 의원의 조직이나 지지층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지역구들"이라며 "처음부터 지역구와 연고가 있는 후보를 공천하든가, 아니면 새 후보가 지역구에 천착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갖춰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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